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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기자, 정부 비판했다가 벌금형…“말 안 하면 끔찍해져”

중앙일보

입력

테러리즘을 정당화한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언론인 스베틀라나 프로코피예바가 6일(현지시간) 프스코프 법원에 출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테러리즘을 정당화한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언론인 스베틀라나 프로코피예바가 6일(현지시간) 프스코프 법원에 출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법원이 정부 비판 글을 쓴 언론인에 벌금형을 선고한 것을 두고 러시아 내외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재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 ABC방송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방송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 러시아지국의 기고가인 스베틀라나 프로코피예바는 러시아 법원으로부터 벌금 50만 루블(약 830만원)을 선고받았다.

프로코피예바는 지난 2018년 한 17세 소년이 현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청사에서 자폭 테러를 벌인 일을 쓰면서 정부의 억압적인 정책 때문에 청년들이 불만을 표출할 기회가 없어서 결국 절망하게 된다고 적었다.

검찰은 이 글이 테러리즘을 정당화했다며 프로코피예바를 기소했고,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프로코피예바는 법정에서 “법 집행기관을 비판하거나 보안기관에 그들이 틀렸다고 말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얼마나 끔찍해질지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직무에서 벗어난 일은 하지 않았고, 그것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을 두고 당국이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반테러법이 정부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공익과 관련된 논의를 막거나 독립적인 언론인들을 처벌하는 데에 활용되지 않게 할 것”을 러시아에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가 국내외의 의무를 지켜 언론인들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로코피예바의 소속 매체인 RFE/RL 데이지 신들러 사장 대행은 “이번 판결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없고, 언론인들이 국가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판결이 러시아 반테러법에 따른 것이라며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부인했다.

프로코피예바는 판결에 항소할 계획이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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