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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잘 치면 뭐해…문제는 선발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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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T는 첫 가을야구를 노리지만, 8위로 처지면서 이강철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정시종 기자

KT는 첫 가을야구를 노리지만, 8위로 처지면서 이강철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정시종 기자

“올해는 가을야구 합니다.”

첫 가을 야구 노린다더니 8위 왜 #로하스·강백호 타선은 탄탄한데 #최하위권 맴도는 마운드가 구멍 #선발 부진에 불펜 벌써 혹사 논란

올초 미국 애리조나주 스프링캠프에서 KT 위즈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 KT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를 노리다가 6위로 마쳤다.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2015년 1군 진입 이후 최고 승률(0.500)이었다. ‘가을야구를 할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막상 뚜껑을 여니 성적이 신통치 않다. 8위 주변을 맴돈다.

KT는 더 이상 만만한 KBO리그의 막내가 아니다. 걸출한 선수가 많이 없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특급선수가 늘어났다. KBO리그 4년 차인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미국)는 홈런(17개)·득점(41개)·장타율(0.716) 1위다. 타율(0.376)은 2위다. 신인왕 출신 강백호(21)는 국가대표에도 발탁되는 등 한국 야구를 이끌 재목으로 꼽힌다. 꾸준한 베테랑 유한준(39), 메이저리그(MLB)무대를 밟은 황재균(33) 등 타선이 제법 탄탄하다. 외야수 조용호(31)와 배정대(25) 등은 타율 3할대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달까지 KT의 팀 타율은 0.289로 10개 팀 중 3위였다. 홈런(55개)은 2위, 타점(257개)은 4위 등 준수한 화력을 뽐냈다. 그러나 강백호가 손목, 유한준이 허벅지, 황재균이 손가락을 다치면서 시즌 초반 짱짱하던 타선이 좀 헐거워졌다. 그래도 KT의 화력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KT 타선은 준수하지만 투수진이 불안하다. 로하스와 강백호 타율은 3할대다. 1선발 데스파이네는 부진하지만, 불펜 주권이 호투하고 있다(위에서부터). 정시종 기자, [연합뉴스]

KT 타선은 준수하지만 투수진이 불안하다. 로하스와 강백호 타율은 3할대다. 1선발 데스파이네는 부진하지만, 불펜 주권이 호투하고 있다(위에서부터). 정시종 기자, [연합뉴스]

그렇다면 KT는 왜 5강에도 들지 못할까. 문제는 마운드다. 팀 평균자책점이 5.54로 최하위 한화 이글스(5.83)보다 조금 낫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5.22,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6.10으로 다들 부진하다. 외국인 원투펀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쿠바)와 윌리엄스 쿠에바스(30·베네수엘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데스파이네는 1선발이지만 4승 4패, 평균자책점 4.64이고, 쿠에바스는 3승 2패, 평균자책점 4.75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스프링캠프에서 봤던 데스파이네는 변칙적인 투구 폼과 변화무쌍한 구종 등을 선보이는 등 굉장히 흥미롭게 투구했다.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한국 무대 적응이 어려웠던 걸까. 실전에서는 장점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달 24일 선발 데스파이네를 불러 3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감독은 “데스파이네가 1회와 하위 타선을 상대할 때 편하게 던지다가 위기를 자초한다. 데이터를 제시해 수정을 요청했다. 데스파이네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고무적인 건 왼쪽 장요근(고관절을 잡아주는 근육)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쿠에바스가 지난달 21일 복귀한 이후 2승, 평균자책점 1.38로 좋아진 점이다. 이 감독은 “시즌 시작 무렵에는 투구 밸런스가 안 좋았는데, 이제 팔이 나오는 게 편해졌다. 외국인 투수 2명이 충분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격은 괜찮은데 투수가 문제네

타격은 괜찮은데 투수가 문제네

KT의 국내 선발진은 소형준(19), 배제성(24), 김민(21) 등 젊은 투수들이다. 패기 넘치는 투구로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다른 팀이 분석을 거쳐 대응하자 점점 실점이 많아졌다. 이 감독은 소형준과 배제성에게 열흘 이상 휴식을 줬다. 어깨 통증이 있는 김민은 불펜으로 갈 예정이다. 이 감독은 “쉬고 돌아오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선발진이 흔들리면서 불펜진이 고생했다. 특히 홀드 1위 주권(25)은 27경기에 나와 28과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2승1패, 10홀드,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 중이다. 시즌의 30%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혹사 논란이 나온다. 이 감독은 “주권이 필승조 겸 추격조로 뛰고 있어 어쩔 수 없다. 추격조 투수가 한 명만 더 있어도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뒤집어 말하면, 결국 타격이 준수한 KT는 선발진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불펜의 부하를 줄일 수 있고, 재정비를 통해 5강 진입을 노릴 수 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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