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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억 상당 시민쉼터’ 화지공원 지킨 부산의 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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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1일 일몰제 시행으로 공원에서 해제될 위기에 있던 동래정씨 소유 ‘화지공원’을 부산시가 3년간 무상임차 사용한다. 공원 임차는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사례다. 부산시가 시가 555억원(공시지가 158억원)을 들여 공원용지를 사들여야 하지만, 임차사용이라는 아이디어로 일몰제를 피한 것이다.

부산시·동래정씨, 부지사용 계약 #향후 3년간 무상임차해 공원존치

부산시는 양정·거제동에 있는 화지공원(면적 40만9539㎡)의 98.2%(29필지 40만2245㎡)를 소유한 동래정씨 대종중과 지난달 24일 부지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6월 23일까지 3년간 부산시가 임차공원으로 사용하고, 대신 공원 재산세를 면제해주는 내용이다.

공원 일몰제는 2000년 개정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년간 원래 목적대로 개발되지 않은 공원(학교·도로 등 포함)은 2020년 7월 1일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한다는 규정이다. 공원 등을 장기 방치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근거한 것이다.

1985년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화지공원은 그동안 청소년회관·골프연습장 등 일부(3만3510㎡)만 개발됐다. 공원에는 동래정씨의 시조 묘소와 사당도 있다. 하지만 공원에서 해제되면 개발과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부산시는 2018년부터 동래정씨 측과 협의했다. 2019년 ‘부산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전국 최초로 임차공원의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협의 결과 동래정씨 측은 시조 묘소와 사당이 있는 곳은 공원으로 보전하고, 다른 부지는 개발하자고 하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부산시는 전국의 동래정씨 대종중 관계자를 만나 설득했다. 결국 동래정씨 측은 시조 묘소와 사당을 보전할 수 있는 공원 존치와 재산세 면제를 받아들였다.

화지공원은 2020년 기준 공시지가가 158억6000만원(㎡당 4만3022원)이지만, 일몰제를 피하기 위해 부산시가 보상하려면 공시지가의 3.5배인 555억2000만원을 줘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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