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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에 대하여

중앙일보

입력

‘고개 숙인 남자’는 왜 생기는가. 바로 아내 때문이다. 아내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될 때 남편들은 좌절하는 것이다.

성 개방 풍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요즘, 베일에 가려진 ‘아내의 성욕’은 어떤 모습일까. 성의학연구소 전문가들이 상담·임상 사례를 들어가며 진단하는 '아내의 성욕'에 대해 알아보자.

- 오늘의 주제는 ‘기혼 여성의 성욕’입니다.
한국 성의학연구소(이윤수 비뇨기과 성클리닉 부설)에서 전국 6대 도시 기혼 여성 1천4백 명을 대상으로 ‘성적 욕구’에 대해 조사를 했습니다.

시기, 결혼 기간, 자녀 수, 결혼 방식, 체형별, 자신과 배우자의 외모, 술 등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조사했어요. 우선 ‘언제 성적 욕구를 가장 많이 느끼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30%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고, 생리 직전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25%, 생리 직후가 23%, 배란기간이 11%, 배란 직전이 6%, 생리 기간이 5% 순이었습니다.

- 동물적인 관점에서 보면 생식이 가능한 배란기에 성적 욕구가 가장 높아야 할 텐데, 이 조사에서는 생리 직전과 생리 직후에 욕구가 제일 높게 나타나는군요.

- 여성들의 경우 욕구 장애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정신적인 장애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게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은 맛이 없거든요. 자는 맛, 먹는 맛, 섹스 하는 맛이 없기 때문에 성욕도 느낄 수 없는 거죠. 그런데 대부분의 여성이 생리 직전 기분이 떨어지는데 그때 성욕을 많이 느낀다는 것은 잘 이해가 안되네요.

- 대부분의 미혼 여성들은 항상 섹스를 하면 안된다는 교육을 받고 자라나죠. 임신을 하면 안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이 머리 속에 자리잡은 거죠.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이제는 임신의 불안에서 벗어났다, 그런 차원에서 생리 기간에 오히려 성적 욕구가 높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 일부에서 그와 같은 얘기를 합니다. 동물의 경우 암컷은 발정기 때 가장 성적으로 왕성하고, 임신이 되고 나면 전혀 관심이 없잖아요. 여성은 먹을 것을 남성으로부터 획득하기 위해 아무 때나 임신에 관계없이 섹스를 할 수 있도록 진화돼왔다는 학설이 있고, 그러다보니 인간은 지적으로 자신의 성욕을 조종할 수 있도록 진화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섹스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시기 말이에요.

- 그렇다면 아기를 갖는 것보다 즐기기 위한 욕구가 강해져서 생리 직전으로 넘어간 것이 되는군요.

- 청소년 보호시설에는 미혼모들이 있어요. 그 아이들은 의외로 배란기 때보다 생리 기간에 섹스를 한다고 말합니다. 생리 기간에는 안전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렇게 하다보니 생리 기간이 더 낫더라고 해요.

- 결혼 기간과 성적욕구와의 관계를 보면
결혼 기간이 길어질수록 성욕도 커진다고 나왔군요. 일반적인 통념과 맞춰지는 건데, 가장 화끈하게 잘 안다는 경우가 결혼 2년 미만보다는 5∼7년 정도에서 가장 많아요.

- 남자들은 18세부터 21세까지가 가장 성욕이 강하고 그 이후는 감소하는데 여성들은 30대부터 증가하는 걸로 나와 있어요. 남성호르몬이 늘어나면서 성적 욕구도 강해지는 거죠.

30대 후반이 가장 왕성하고 40대 이후는 감소하는데, 남자와 만나는 커브가 틀려요. 그래서 조성민과 최진실처럼(웃음) 연하남과 만나는 것이 성욕 주기로 볼 때 궁합이 맞는다고 볼 수 있겠죠.

- 결혼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시 말해 섹스 횟수가 늘어날수록 성욕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하는 것은 성욕은 개발된다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요?

- 결혼 전에 오르가슴을 경험했던 사람과 전혀 경험 없이 결혼해서 처음 섹스를 하는 사람의 오르가슴 만족도가 다르게 나옵니다. 그러니까 여자들은 경험하는 것에 따라 개발된다고도 볼 수 있겠죠.

-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들이 더 성욕이 높다고 나타났어요.

- 그렇지만 아이 낳고 성욕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어요. 아이 낳고 결혼생활이 오래 되면 별로 욕구가 안 생긴다는 거죠.

- 저도 아이 낳고 성욕이 없다는 환자들은 가끔 봐요.

-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는 아이들 키우느라 지쳐 있어서 성욕이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좀 지나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여유가 생기면서 성적 욕구도 증가하는 것 같아요.

- 출산 직후에는 호르몬 상태가
성욕 같은 것을 덜 느끼게 돼 있어요. 아이들 젖을 먹일 때도 그렇구요. 그렇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도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면 혹시 임신에 대한 두려움, 아이를 출산하며 굉장히 고통을 받았다든가 하는 경우도 있어요.

- 조사 결과 결혼방식과 성적 욕구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것 같아요. 연애 결혼이든 중매 결혼이든, 연애 반 중매 반이든 별다른 차이가 없거든요. 외모를 보면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는 경우가 만족하지 않는 경우보다 더 성욕이 큰 걸로 나옵니다.

그리고 배우자의 경우는 잘생기고 못생기고 간에 본인의 성욕과 큰 관계가 없는 걸로 돼 있어요. 술도 성욕과 별 관계가 없다고 나와요. 체형의 경우는 마른 사람보다는 통통한 사람이 더 성욕을 잘 느낀다고 나오는군요.

- 대개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든 그렇지 않은 여자든
성욕을 느낀다고 하잖아요. 물론 사랑하면 더 큰 욕구를 느끼겠지만요. 그러나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성욕을 많이 느끼고 그렇지 않은 경우, 예를 들어 강제적인 성관계에서는 아주 차거워지잖아요. 그러니까 남자의 성욕과 여자의 성욕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 남자는 좀더 본능적이고 여자는 성욕 자체가 감정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여자는 부드럽고 안정적인,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성욕을 느끼죠. 남자들은 아내가 문제가 있어 바람을 피는 경우보다 외부 여자가 좋아서 바람피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여자들은 외부 남자가 좋아서보다 남편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바람피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 여자는 감정이 있어야 응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남편과의 관계도 그야말로 의무적이 되는 거죠.

- 그러나 특이한 예가 되겠지만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주부가 젊은 총각들과 만나서 관계를 가지고 좋았다고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요즘 여성들도 감정 없이, 사랑하지 않아도 성욕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죠.

- 성 개방이 되면서 오는 가치관의 변화 때문인 것 같아요.

- 두 가지 이유가 아닐까 하는데, 하나는 심리적인 문제입니다. 사회 분위기와 가치관이 변하면서 그런 변화가 생기는 거고, 두 번째는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성의 형태를 쉽게 접하게 되고, 또 쉽게 드러나는 거죠. 예전에도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것도 말이에요. 의학이 발달하면 병의 종류가 더 늘어나듯이 말입니다.

- 여성들이 본능, 성욕을
느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닌데 그게 바깥으로 향하면서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급진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미 부부 관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하니까요.

- 예전에는 여성들이 체험하는 성의 범위가 적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것까지도 다 공개가 되니까, ‘이런 것도 있구나, 저런 것도 있구나’ 하고 알게 되고 거기에서 또 자극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본인이 원하기도 하구요.

- 하지만 여자들의 성에 대한 범위가 예전보다 넓어진 것이 더 행복해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양한 모습을 보며 자신이 경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더 불행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테니까요.

- 우리나라는 여성들의 성을 억압하는 유교 사상이 주류를 이루어왔잖아요. 남자 위주였죠. 여자가 성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 심할 경우 ‘화냥년’ 대우를 받았죠. 그러나 요즘은 여성들도 대담해졌어요.

진료를 하다보면 씩씩해졌다는 것이 느껴져요. 예를 들어 여자들이 이쁜이 수술을 할 경우 성형수술을 하기 전에 “아빠가 사이즈가 어느 정도 됩니까”라고 물으면 안해도 될 얘길 해요.“사실 우리 남편 게 아니구요”라는 얘길 아주 씩씩하게 해요.

상담할 때도 “남편 말고 남자 친구가 생겨 관계를 갖고 있는데 뭐가 어떻고, 뭐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 등의 표현들을 잘해요. 그만큼 사회가 바뀌었다는 거겠죠.

- 그런 여성들의 외도는 어떤 점에서 남편의 문제일 수 있어요. 남자가 집에서 아내에게 충분히 성적 만족을 준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예요.

-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들이 40대를 지나면서 성적 욕구가 떨어지지 않나요. 회사에서 야근하고 술먹고… 아내가 대단히 매력적이라면 모르겠지만요.

- 그러니까 문제는 결혼 5년이 지나면 권태기에
들어간다는 거예요. 남자 나이가 30대 후반, 40대 초반이면 권태기가 되는 거예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내들에게 무덤덤해지는 거죠. 집보다 바깥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기회도 많아지고….

게다가 남자는 성적 능력에 한계가 있는 거예요. 밖에서 하고 안에서 발동이 안되는 거죠(웃음). 그러나 상대적으로 여성은 그 시기가 되면 오히려 성적 욕구가 높아져요. 그러니 남편이 못 따라오는 거예요.

-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여성들의 경우, 성욕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의사와 얘길 하면서도 처음에는 답이 똑같아요. “그건 만족합니다, 그건 몰라요”라는 거죠. 면담이 진행될수록 답이 튀어나와요. 불만족에 대해서 말이에요.

- 저를 찾아온 환자는 반대였어요. 남자분이 62세인데 부인은 56세 정도라고 하더군요. 폐경도 지난 나이죠. 그 남자분이 찾아와서 부인이 매일 요구를 한다는 거예요. 잘 안돼서 찾아온 거예요. 그러면서 여자의 성욕은 언제까지냐고 묻더군요(웃음).

- 의처증 환자의 경우 거의 매일 관계를 가져요. 내가 이 여자를 만족시키지 않으면 나가서 바람피운다고 생각하는 거죠. 거꾸로 의부증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 오늘 마침 택시 기사가 승객한테 들었다는 얘기를 해주던데, 60이 넘은 남편이 바람 못 피우도록 비아그라를 사용한다는 겁니다. 집에 들어올 때만 몰래 음료수 같은 데 타서 준다는 거예요. 그러면 아내에게 성욕을 느끼고 집에서 정력을 다 쓰기 때문에 바람을 안 피울 거라는 거죠(웃음).

- 어떤 남성 환자는 부인이 한 달 중 어느 시기만 되면 자신을 꼭 껴안는다는 거예요. 부인이 독실한 신자라 직접적으로 얘기는 안하는데 꼭 한 달에 한 번씩 그래서 미치겠다는 거예요. 잠든 척하면서 지나가는데, 성기에 보형물을 하는 수술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찾아온 거예요. 그런 걸 보면 ‘고개 숙인 남자’는 다른 게 아니라 부부 문제예요. 밖에서 어떻게 하려다 안돼서 병원을 찾는 것보다 아내가 요구하는데 안돼서라는 거죠. 그래서 겁이 난다는 거예요.

- 남자는 성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봐요. 그게 해결 안되면 자신의 존재가 없다고 고민할 정도로 말이죠. 그만큼 성이 차지하는 개념 속의 비중이 큰가봐요.

- 그러니 남자가 얼마나 불쌍해요(모두 웃음).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피해자죠.

- 성 장애는 부부가 공동으로 노력을 해야 해요. 비뇨기과에서도 커플 클리닉이라고 해서 같이 오라고 하죠. 그런데 우스갯소리로 아내가 30대면 투자를 하는데 40대면 투자를 안한다고 하더라구요(웃음).

- 부부가 같이 오는 경우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늘었어요. 아내가 오르가슴 못 느낄 때 남편은 아내를 데려오거나 등을 떠밀어 병원에 보내는데, 아내 스스로는 “못 느끼면 어때”라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예요.

- 아내들의 성적 불만족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책에는 애무만으로도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나와 있는데….

-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여자들이 오르가슴에 도달해가며 음핵이 팽창해가는 과정에 갑자기 남편이 일방적으로 사정을 하고 자극이 없어졌다면 스트레스가 엄청나요. 히스테리컬해지죠. 해소방법이 없으니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스트레스는 그대로 갖고 있어요.

여자는 남편을 만족시키기 위해 가식으로라도 연기를 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아내가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남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요. ‘안됐구나, 다음에 해줄게’라고 가볍게 한 마디 하는 것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가 있으니까요.

법무부에서 일탈 청소년들과 성 상담을 하다보면 성적 극치감에 도달하는 순간에 남성들이 대부분 그냥 물러나는데 어떠냐고 물으면 다 신경질이 난다고 해요.

-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남성이 먼저 사정하면 여성은 자위를 하면 어떨까 해요. 사정한 음경 그대로라도 여성이 혼자서 성적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기교가 부족한 거죠. 그 기교를 가르쳐주는 것이 성인 성교육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요.

여성이 자위를 한다고 하면 남자들은 자존심이 상한다고 하는데, 남성들의 사고방식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부간의 많은 성 트러블을 ‘성인 성교육’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봐요. 참고로 저는 폐경기가 지났는데도 자위도 하구요 성교도 잘 하고 있어요. 물론 오르가슴도 느끼구요.

- 나이와 섹스는 크게 상관관계가 없는 것 같아요. 성 문화가 개방된 서구의 경우 나이가 들어서도 섹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거든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나는 이제 섹스는 끝났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오히려 성적 욕구를 발산하는 것이 삶을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여성중앙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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