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유로 재정지출 급증, 일본 잃어버린 20년 답습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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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가운데)이 22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경제정책 기조의 올바른 방향’ 토론회에서 오정근 선진경제전략포럼 회장(오른쪽)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가운데)이 22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경제정책 기조의 올바른 방향’ 토론회에서 오정근 선진경제전략포럼 회장(오른쪽)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이유로 재정 지출이 급증하면서 재정 건전성 관리를 위한 ‘재정준칙’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선진경제전략포럼 정책 세미나 #예산안 낼 때 재원조달계획 명시 #‘페이고 원칙’ 등 도입 서둘러야

22일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과 선진경제전략포럼이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경제정책 기조의 올바른 방향’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정근 선진경제전략포럼 회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에 선을 그었다”며 “그러나 이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국가부채비율’과 포괄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근거로 든 채무는 정부가 직접 책임을 지는 좁은 의미의 나랏빚이지만, 선진국이 초점을 두는 기준은 공기업 부채와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 등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미래 세대의 ‘잠재적 빚’으로 돌아오는 이런 국가부채는 지난해 이미 174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재정 누수뿐 아니라 경제 상황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일본은 1992~2011년 평균 0.6%의 저성장을 지속하면서도 1980년대 금융위기 극복을 이유로 국가부채를 크게 끌어올린 탓에 재정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점을 꼬집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저(低)성장, 저출생·고령화, 복지지출 급증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정부자금 부족과 가계부채 증가, 기업 실적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면 외국자본에 과다하게 의존하게 되는 등 경제 불안정성이 심화하는 만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재정 운영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 증가 속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 정당들이 재정 퍼주기 경쟁에 나서게 되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재정 포퓰리즘이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 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도록 정치 중립적 감시기능이 확립돼야 한다”며 “다수의 OECD 국가가 의회예산처, 행정부의 독립위원회 등 다양한 형태의 정치 중립적 감시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회장은 “예산안 제출 때 재원조달계획도 함께 명시하는 ‘페이고 원칙’ 등 제도적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옥동석 교수는 “재정준칙은 ‘자기 세대 자기 부담’ 원칙을 적용해 재정운용에 대한 세대 간 공평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설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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