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 여당 의원 사퇴 압박, 검찰 내부 "독립성 위해 임기 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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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4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안팎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검찰총장의 핵심 권한인 감찰권과 인사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가운데, 이번엔 여당 최고위원이 직접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총장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지나친 공세"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5선 중진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총장을 겨냥해 "조만간 결판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윤 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위증 교사 진정사건을 대검찰청 감찰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한 것을 지적하는 발언이다.

대검 참모인 한동수 감찰부장은 최근 윤 총장의 사건 배당 결정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대검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은 "검사 징계 시효(최장 5년)가 지난 사안이라 감찰부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어서 갈등의 골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설 최고위원은 "이 사태를 그냥 두고 보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빨리 정리하라(고 할 것)"이라며 "내가 윤석열이라고 하면 벌써 그만뒀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엔 여당 최고위원이 사실 관계가 확인되기 전부터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사퇴하라고 압박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총장의 핵심 권한인 감찰권과 인사권이 과거와 달리 무력화된 마당에 여당 최고위원까지 직접적으로 사퇴를 언급했다"며 "윤 총장과 대검 참모들이 느끼는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총장이 취임사에서 했었던 법과 원칙 지키려고 하는 상황인데, 공격이 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현직 검사는 "윤 총장의 개인 입장만 생각하면 나가는 편이 오히려 편할 수 있다"면서 "친여권 인사를 검찰총장에 앉히기 위한 공세라면 검찰 내부에 납득할 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지금처럼 의연하게 대처하면 될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지청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여당이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만큼, 여권이 조직적으로 역할 분담해 검찰총장을 흔드는 시도라고는 해석하기 어렵다"며 "어떤 검찰총장이든 정치권의 공세를 받아왔고, 이 정도로 흔들릴 맷집이면 총장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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