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의 지난 1분기(1~3월) 순이익이 직전 분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5274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자체적인 펀드·파생상품 거래에서 큰 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 덕에 주식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수수료수익 규모는 전보다 커졌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56곳은 지난 1분기 52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1조577억원을 기록한 직전분기(2019년 4분기) 대비 50.1% 감소한 수치다. 이들 증권사가 지난 1분기 기록한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0.9%에 불과해 2.6%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 ROE 대비 약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펀드 투자했다가 8827억원 손실
증권사의 순이익을 깎아먹은 가장 큰 요소는 기타자산손익이다. 증권사의 지난 1분기 기타자산손익은 -8827억원(손실)으로 직전분기(8835억원 이익) 대비 1조7662억원(-199.9%)이나 감소했다.
기타자산손실의 주된 원인은 전분기 대비 2조3714억원(-457.5%) 감소해 -1조8531억원(손실)을 기록한 펀드관련손익이다. 외환관련이익(3453억원)과 대출관련이익(6252억원)이 직전분기 대비 각각 256.5%, 6.7% 증가했지만 펀드관련손실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주식(-56%)·파생상품(-253%) 마이너스
증권사들은 자기 고유 계정으로도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에 투자한다. 지난 1분기엔 이런 자기매매손익도 전분기 대비 852억원(-7.3%) 감소한 1조788억원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금융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데 따른 결과다.
지난 1분기 증권사들의 주식관련이익은 1085억원이었다. 직전분기 대비 1362억원(-55.7%) 감소했다.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서는 전분기 대비 1조1100억원(-253.1%) 하락한 6714억원의 손실을 떠안기도 했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지난해 말보다 각각 20.2%, 15.0% 하락하면서 주식과 관련 파생 부문에서의 손실이 확대됐다.
반면 채권 거래를 통해서는 전분기 대비 1조1611억원 증가한 1조6417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3월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해 말 대비 0.5%포인트 하락한 연 0.75%까지 내려가고 그에 따라 같은 기간 국고채(3년물) 금리도 0.29%포인트 하락하면서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평가이익이 대폭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다.
수탁수수료 5233억원 증가…동학개미가 살렸다
시장 상황이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지난 1분기 그나마 52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엔 저가 매수를 위해 주식시장에 뛰어든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있었다. 증권사들은 지난 1분기 수수료수익으로 2조9753억원을 올렸다. 직전분기 대비 4229억원(16.6%) 증가한 규모다.
지난 1분기 증권사들이 거둬들인 수탁수수료는 직전 분기 대비 5233억원(61.1%) 증가한 1조3798억원이었다. 수탁수수료 증가분이 당기순이익과 거의 일치한다. 직전분기 대비 195조원(65.9%) 증가해 491조원을 기록한 코스피 거래대금과 125조원(41.7%) 증가한 코스닥 거래대금(425조원)이 수탁수수료의 원천이 됐다.
증권사의 자산총액은 3월 말 기준 578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482조9000억원)보다 95조3000억원(1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조2000억원(54.7%) 늘어난 현금·예치금 영향이 컸다. 투자자들의 예수금 등을 포함한 예수부채가 지난해말보다 22조6000억원(47.5%) 증가하면서 부채총액 역시 95조5000억원(22.7%) 증가한 51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은 지난해말보다 2000억원(-0.3%) 감소한 61조6000억원이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