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1000원 팔아 48원 남겨…1년 전보다 1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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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월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활동 성적표가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 모든 부문에서 전보다 나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경기 부진의 영향이 뼈아팠다.

광주 자동차공장이 들어설 광주광역시에 있는 기아차 광주 2공장 생산 라인 모습. 뉴스1

광주 자동차공장이 들어설 광주광역시에 있는 기아차 광주 2공장 생산 라인 모습. 뉴스1

16일 한국은행의 '2020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1만9884곳의 지난 1분기(1~3월) 경영지표 조사 결과,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이 모두 악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장·수익·안정성 모두 악화

매출은 줄고 자산 증가세도 둔화 

이번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매출액증감률과 총자산증가율은 모두 악화됐다. 기업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9% 줄어들어, 직전분기(-0.5%)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총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1분기(3.2%)와 비교해 증가율이 1.7%포인트 떨어졌다.

2020년 1/4분기 국내 외감기업 주요 성장성 지표. 한국은행

2020년 1/4분기 국내 외감기업 주요 성장성 지표. 한국은행

매출액증감률은 기업의 영업활동이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업종별로는 1분기에 제조업은 매출액 하락폭이 다소 축소됐지만(-2.4→-1.9%)과 달리 비제조업은 매출액이 감소세로 전환하면서(2.2→-1.9%)의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총자산증가율은 일정 기간 동안 기업에 투하된 경제 가치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따지는 지표다. 1분기 총자산증가율 하락세는 대기업(3.3→1.2%)이 주로 이끌었다. 중소기업(2.5→3.1%)에선 오히려 총자산이 늘어났다.

1000원 팔아 48원 건져…1년전보다 10원 덜 벌었다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과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1년 전보다 악화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기업의 영업효율을,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기업의 영업활동뿐 아니라 재무활동까지 더한 총 경영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다.

2020년 1/4분기 국내 외감기업 주요 수익성 지표. 한국은행

2020년 1/4분기 국내 외감기업 주요 수익성 지표. 한국은행

기업의 지난 1분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1%로 지난해 1분기(5.3%)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5.7→3.5%)이 하락세를 주도했으며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5.1→3.5%)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1분기 매출액세전순이익률 역시 제조업(6.4%→4.5%)과 대기업(5.9%→4.3%)에서 크게 하락하면서 지난해 1분기(5.8%) 대비 1%포인트 감소한 4.8%를 기록했다. 1년 전 1000원어치를 팔아 58원을 벌었던 기업들이 지난 1분기엔 똑같이 팔아도 48원만 벌게 됐단 얘기다.

업종·규모 안 가리고…전부문 부채비율 상승 

기업들의 재무안정성도 덩달아 악화했다. 1분기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은 88%로, 직전분기(84.3%) 대비 3.7%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 또한 25.3%로 직전분기(25.1%)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

2020년 1/4분기 국내 외감기업 주요 안정성 지표. 한국은행

2020년 1/4분기 국내 외감기업 주요 안정성 지표. 한국은행

부채비율은 기업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타인자본)을 나타내는 재무안정성 지표다. 1분기 부채비율은 제조업(65→68.9%)과 비제조업(117.5→120.8%), 대기업(79.9→83.6%)과 중소기업(106.7→109.6%)을 가리지 않고 모두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의 총자본 중 차입금과 회사채 등 외부에서 조달한 자본의 비중을 나타낸 지표다. 차입금의존도는 업종별 구분 없이 제조업(21.2→21.4%)과 비제조업(30.2→30.5%)에서 모두 상승했으나,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23.7→24.1%)에서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31.3→30.8%)에서 하락했다.

"4월부터 수출 하락폭 커져"…2분기 안심 못한다 

지난 1분기 우리 기업의 성적표가 악화일로롤 나타낸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경기 위축이 지목된다. 강창구 한국은행 기업통계팀장은 "기본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이 가장 컸다"며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소비가 부진한 영향이 국내 서비스업 부문에 많이 반영됐고 자동차나 석유화학 등 글로벌 수요가 급감한 업종에서 부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분기 역시 코로나19의 부정적 여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강 팀장은 "수출의 경우 지난 4월부터 하락 폭이 더 커졌기 때문에 2분기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다만 최근 내수 소비가 조금이나마 회복되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업은 악화 경향이 보다 더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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