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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핀] 공짜라면.. 에어드랍에서 코난지원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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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타로핀’s 코린이 개나리반] 예로부터 땅이 메마를 땐 하늘에서 비가 오길 바라며 기우제를 지냈다. 하늘은 그런 존재였다. 비도 떨어지고 눈도 떨어졌다. 간혹 핵폭탄 같은 것도 떨어지긴 했지만 대체로 이로운 것들이었다. 인터넷 시대가 되더니 코인도 하늘에서 떨어졌다. 에어드랍(Air Drop) 이다. 코인 잔고가 메마를 때 하늘에서 코인이 떨어지길 바라며 에어드랍을 찾아 나섰다. 에어드랍을 얻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였다. 프로젝트가 홍보를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뿌리거나, 하드포크를 통해 홀더에게 지급하거나, 거래소가 사용자에게 나눠줬다.

#프로젝트가 홍보를 위하여

신생 프로젝트의 다른 이름은 ‘듣보’ 프로젝트다. 이들은 일단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준다는 선조들을 말을 가슴에 새겼다. 코인 판매를 하거나,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선동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알려야만 했다. 일련의 모든 홍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다. 원화와 달러 같은 법정화폐는 임원들 뒷주머니에 채워놔야 했다. 프로젝트가 쓸 수 있는 건 블록체인 기반의 코인이었다. 그냥 홍보를 위해 흥청망청 코인을 뿌렸다는 소리다.

흥청망청 뿌려댄 코인의 희소성은 바닥에 떨어져 대체로 디지털 쓰레기가 됐다. 인식의 변화를 일으킨 건 온톨로지가 시발이었다. 에어드랍의 전설로 남은 온톨로지는 메일링 가입자에게 지급한 코인이 ‘불장’을 거쳤더니 경차 한 대로 되돌아왔다. ‘버렸던 디지털 쓰레기도 다시 보자’는 구호 아래 에어드랍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대중의 관심 아래 에어드랍 정보 교류 방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신생 프로젝트는 에어드랍을 약속하며 밋업 행사에 오게 하고, 커뮤니티 방에 참가시켰으며, 대가성을 지닌 홍보를 부탁했다.

인생 역전을 노리며 에어드랍을 수집한 투자자의 인생은 여전했다. 프로젝트는 코인의 지급 일정과 락업 일정을 장난질 치며 에어드랍으로 지급된 코인의 거래를 훼방 놓았다. 토큰 세일 물량을 먼저 풀어주고 팀원들 물량을 풀었다. 에어드랍 물량은 차트가 너덜너덜 넝마가 된 후에야 지급돼 거래가 가능해졌다. 에어드랍 정보 공시 당시 4만원 상당이던 코인은 지급할 땐 1만원 상당의 코인이 됐다. 심지어 거래소로 보내 매도를 하려니 전송 수수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드포크를 통하여

하드포크를 거치면 메인넷은 갈라진다. 매미가 허물을 벗듯 기존 메인넷을 버리고 새로운 메인넷으로 가동된다. 메이저 코인이 하드포크를 통해 기존 메인넷을 버리면 날름 주워다가 강령술로 코인을 찍어낸다. 찍어낸 코인은 뼈대가 된 메이저 코인의 홀더를 대상으로 보유량에 비례한 에어드랍을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하드포크 코인은 시작과 동시에 메이저 코인과 거의 흡사한 생태계를 구성하게 된다. 메이저 코인 보유자는 하드포크 코인 보유자가 되며, 메이저 코인이 상장해 있는 거래소의 지갑에는 하드포크 코인이 들어가서 자리 잡고 눕는다. 물론 메이저 코인의 개발사 물량과 주인을 찾을 수 없는 코인의 물량에 대한 에어드랍 수량은 하드포크 주최 측이 가져간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개발할 능력도 없고, 생태계를 구성할 노력도 하지 않는 부류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물에 빠져도 입만 두둥실 떠오를 입담 재간꾼들이 입만 털어대면서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추종자들을 세뇌시킨다. 팀원은 베일에 싸여 있고 코인 분배량은 오리무중이다. 진행하고자 하는 로드맵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그저 메이저 코인은 초심을 잃었다며 자신들이 초심을 이어 가겠다고 말만 한다. 이름도 클래식ㆍ오리지널ㆍ비전으로 붙인다. 지난 달에 새로 오픈한 ’30년 전통의 원조 국밥’처럼 간판을 내건다.

하드포크 코인은 거래소 사용자를 인질로 잡고 상장만을 위해 노력한다. 거래소에서 에어드랍을 지원하지 않으면 지원하는 거래소로 떠나라며 방향 표지판을 공지한다. 에어드랍만 지급하고 상장을 하지 않으면 상장된 거래소로 보따리를 싸 짊어지고 떠나라며 등을 떠민다. 상장 기준보다 상장 폐지 기준에 가까운 코인이 즐비한 까닭에 바이낸스는 상장 후 상장 폐지시켰으며, 사용자의 지갑을 걱정하지 않는 거래소는 반사이익을 노리며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거래소가 사용자에게

오로지 상장을 위해 코인을 만들었고, 오로지 엑싯을 위해서 상장이 필요했던 프로젝트는 모든 주도권을 거래소에 넘겼다. 혹은 거래소가 엑싯을 위해 직접 코인을 찍기도 했다. 아, 수정한다. 찍고 있다. 

개발사가 내놓은 간과 쓸개를 ‘줍줍’하고 모든 전권을 쥐게 된 거래소는 철저한 ‘갑질’을 시작한다. 상장시 시가총액이 15억원이 넘으면 안 된다며 팔아먹은 몇 백억원 치의 코인에 대해 락을 걸게 한다. 토큰 판매 이력이 없으면 안 된다며 있지도 않은 판매 내역을 상장 명세서에 기입한다. 토큰 분배 내역을 다시 짜면서 거래소 뒷주머니로 이동시킬 물량과 에어드랍으로 제공할 물량을 쥐어 짜낸다.

그렇게 상장을 해서는 안 되는 불량 코인을 가져와서 ‘전 세계 최초 상장’이라는 포장지를 씌운다. 낯부끄러운 일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코인러를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이라며 ‘코난지원금’이라는 생색까지 내고 있다. 이미 거래소에 스캠 코인이 즐비해서 하나 더 추가된다고 한들 티가 나지 않았다. 덕분에 거래소가 앞장서서 사짜 코인을 스캠 코인으로 만들고 있다. 그저 상장 후 펌핑만 받으면 그만이지 않는가. 락을 걸어 막아놓은 물량이 풀리고 차트는 날벼락 맞은 피뢰침 형상을 하더라도 괜찮다. 유의 종목이라는 딱지만 붙으면 모든 과실을 개발사에 덮어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드랍은 프로젝트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지 못했다. 그저 프로젝트의 미래를 담보로 찍어낸 부채였다. 제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생각 없는 개발사는 코인을 흥청망청 뿌렸다. 이슈를 만들기 위해 제공했고, 바이럴 업체의 결제 대금으로 사용했다. 거래소 상장을 위해 상장 수수료와 이벤트 물량으로 상납했다.

부채를 갚을 능력 없는 신용불량자 상태인 개발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다. 뿌려 놓은 코인이 매도 물량으로 나오기 전에 먼저 팔고 튀는 일이다. 그곳은 핵폭탄이 떨어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인을 찍어낸 팀원은 튀었고 사무실은 텅텅 비었다. 코인 매수자의 잔고는 사라졌고 거래소의 거래 목록에서 지워졌다. 에어드랍으로 폐허가 된 땅에 남아 있는 건 “유의 종목 지정 사유에 대해 소명되지 않아 상장폐지 합니다” 공지 한 줄 아니던가.

타로핀(ID) ‘코린이 개나리반’ 블로그 (blog.naver.com/tarophin910)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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