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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연2%' SKT통장 나왔다…IT회사가 '통장'에 꽂힌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KT 통장, 네이버 통장, 카카오 통장 ….

통신사나 포털 등 ICT 기업의 이름을 앞세운 낯선 통장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네이버통장과 카카오페이통장이 8일 나왔고, SK텔레콤 역시 산업은행과 손잡고 15일 SKT통장을 출시한다. 모두 기존 시중 은행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금리와 혜택을 내세운 게 특징이다. ICT업계에선 “ICT 기업이 각자 이름을 걸고 ‘테크핀’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과 핀크는 KDB산업은행과 손잡고 최대 2%의 금리를 제공하는 자유입출금 상품인 ‘T이득통장’을 15일 출시한다. [SK텔레콤]

SK텔레콤과 핀크는 KDB산업은행과 손잡고 최대 2%의 금리를 제공하는 자유입출금 상품인 ‘T이득통장’을 15일 출시한다. [SK텔레콤]

ICT업계, 고금리 앞세워 통장 출시 경쟁       

테크핀은 금융 시스템 기반 위에 IT를 접목한 핀테크와 달리, IT 주도의 금융 서비스를 뜻한다. 2016년 말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언급했다. 핀테크가 ‘금융을 위한 IT’였다면, 테크핀은 ‘IT를 위한 금융’에 가깝다. ICT업계의 테크핀 경쟁은 올 초 통과된 ‘데이터3법’이 도화선이 됐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IT 회사가 보유한 빅데이터에 금융 정보를 결합하면 투자ㆍ보험 상품 개발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통신·결제·SNS 데이터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ICT업계는 테크핀 고객 유치를 위해 직접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통장’을 앞세우고 있다. SK텔레콤은 8일 “KDB 산업은행, 모바일 금융 플랫폼 핀크와 손잡고 자유입출금 금융상품인 ‘T이득통장’을 15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중 KDB산업은행의 마케팅 정보 활용에 동의한 고객을 직접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예치금 200만원까지 연 2% 금리를, 초과 예치금에 대해선 0.5% 금리를 적용하는 자유입출금 통장이다.

네이버파이낸셜 제공.

네이버파이낸셜 제공.

네이버페이를 서비스하는 네이버파이낸셜도 이날 “포인트 적립과 예치금 수익의 더블 혜택을 제공하는‘네이버 통장’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네이버통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출시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이다. 예치금(100만원 한도 내)에 대해 3% 수익률을 제공하고, 네이버페이로 충전ㆍ결제하면 3%의 포인트 적립을 추가로 제공한다.

카카오페이는 하나은행과 손잡고 ‘하나 카카오페이 통장’을 내놨다. 카카오톡이나 카카오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신규 계좌를 만든 뒤 이 계좌에 하나은행 계좌를 등록하면 된다. 이 통장을 통하면 카카오페이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해당 계좌의 모바일ㆍ인터넷뱅킹ㆍ하나은행 자동화기기 등에 대한 수수료도 면제해준다.

카카오페이는 하나은행과 손잡고 '하나 카카오페이 통장'을 8일 출시했다. [사진 하나은행]

카카오페이는 하나은행과 손잡고 '하나 카카오페이 통장'을 8일 출시했다. [사진 하나은행]

통신·SNS·금융 빅데이터 결합해 사업 모델 확대   

IT 업계가 테크핀에 진출하는 이유로는 가입자 락인(잠금) 효과가 첫 손에 꼽힌다. 또 핵심 서비스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고 빅데이터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모바일 금융에 친숙한 2030 젊은 세대 가입자를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금융 서비스는 한번 계좌를 만들면 좀처럼 바꾸지 않고 꾸준히 사용하기 때문에 가입자 락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통신사나 포털, SNS 등 각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도 강하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쇼핑과 자사 콘텐트 이용 고객에게 수수료 절감 혜택을 줘 커머스 시장을 키우려는 의도가, 카카오는 카카오뱅크ㆍ증권ㆍ보험 등으로 금융 분야를 확장해 나가려는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대외 환경도 테크핀 시장 활성화를 촉진하고 있다. 정유신 교수는 “데이터 3법의 통과로 금융정보와 IT 회사가 가진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활용할 수 있게 돼 ICT 기업의 역할이 더 커졌다”며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ㆍ플랫폼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이 분야의 경쟁력을 가진 ICT업체들이 금융업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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