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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오늘 영장심사…삼성 “위기 극복 역할하게 도와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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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재용. [연합뉴스]

이재용. [연합뉴스]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52·사진)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등 세 명에 대한 구속영장심사가 8일 열린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 1년간 수감됐다 풀려난 지 2년 4개월 만에 또다시 구속 기로에 선다. 수사 개시 후 1년 8개월 동안 110여 명을 430여 차례 소환조사하고 50여 건을 압수수색한 검찰 수사도 시험대에 오른다.

이재용 28개월 만에 또 구속 기로 #삼성 “합병 적법하게 진행” 호소문 #n번방 영장 발부 원정숙 판사 심리 #외신 “구속 땐 중장기 전략 차질”

우선 검찰은 400권(20만 쪽)의 수사기록을 내세우며 ‘물증’을 확보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제고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 합병과 분식회계를 계획하고 진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시세조종’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지난 4일 청구한 150페이지 분량의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아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가 적힌 배경이다. 합병으로 인해 삼성물산 등 회사가 손해를 입은 과정을 입증하기보다는 합병 자체가 자본시장 질서를 해친 부정거래였다고 설명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혐의를 부인한다. 또 이 부회장이 형사소송법 제 70조의 구속 사유(주거지 불명, 증거인멸 및 도주 가능성)에 해당 사항이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탄탄한 ‘물증’으로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했다는 검찰 주장이 역으로 구속의 불필요성을 가리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원정숙(30기)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영장심사에는 이복현(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최재훈(35기) 부부장 검사, 김영철(33기) 부장검사 등 수사팀 주요 인력이 투입된다. 원 부장판사는 지난 3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인물이다. 한 판사는 “정치색을 드러낸 적이 없고, 조용히 할 일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 측에서는 김기동(21기) 전 부산지검장·이동열(22기) 전 서부지검장·최윤수(22기) 전 국정원 차장 등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를 중심으로 10여 명이 참여한다.

삼성은 7일 대언론 호소문에서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삼성은 법원과 수사심의위원회 등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되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일부 언론의 합병 성사를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삼성은 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의 주역이 되어야 할 삼성이 오히려 경영에 위기를 맞으며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이어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며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되어 있고, 그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삼성 임직원은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삼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 때 그룹의 경영 자원이 재판 대책으로 할애돼 중장기 전략 수립이 지연되는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삼성이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주영·김수민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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