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들 “예배를 봐도 망하고, 안 봐도 망하고” 코로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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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개척교회 등 소형 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에 굳이 주일예배를 강행해야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소형 교회 상당수는 ‘죽느냐 사느냐’하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재정 상태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코로나19에 대한 교회 차원의 방역 시스템도 열악한 상황이다.

공간 협소 2m 안 지켜져 방역 구멍 #“그나마 헌금 끊기면 월세도 못내”

소형 교회 교인 수는 대부분 10~20명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소형 교회 목회자들은 “예배를 보다가 확진자가 나와도 망하고, 예배를 안 봐도 망하게 생겼다”고 하소연한다. 전국 6만여 개 교회 중 80% 가량이 미자립 소형 교회다.

인천에서 개척교회를 하고 있는 K목사는 “개척교회들은 대개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50만~60만원 정도의 공간을 임대해서 교회로 쓴다. 대부분 한 달 벌어서 한 달 사는 형편”이라며 “코로나 사태로 주일 예배를 못 보거나, 교인들이 줄어서 헌금이 줄어들면 그야말로 직격탄”이라고 말했다.

교회 연합기관에서 일하는 A목사는 “교인 한 사람이 내는 헌금을 한 달 평균 15만원 정도라고 본다. 교인 수가 20명이면 월 300만원이 들어오는 셈”이라며 “주일예배를 쉬거나, 출석 교인이 줄어들면 교회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개신교계에는 ‘9월 대란설’이 팽배해 있다.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9월께 문 닫는 개척교회가 속출할 거라는 우려다. 수도권 개척교회의 B목사는 “3~5월 사이에 문 닫고 간판 내린 교회가 꽤 있다”고 말했다.

소형 교회에게는 온라인 예배가 ‘그림의 떡’이다. 경기도 안양 청아한교회 김광환 목사는 “개척교회는 온라인 예배를 위한 영상 장비도 갖추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공간이 협소한 소형 교회에서는 2m 거리두기 방역 수칙을 지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인천에서 개척교회를 하는 C목사는 “공간 자체가 좁은 개척교회에서 2m를 거리를 두고 앉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예배 참석 교인들에게 발열 체크를 하기도 쉽지 않다. 해당 장비를 갖추고 있는 소형 교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백민정·이태윤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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