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울린 학생 공연 무산…코로나19 속 쓸쓸한 현충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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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전용사들이 행사 도중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인천신현고 제공

참전용사들이 행사 도중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인천신현고 제공

“올해 입학생은 참전 용사 어르신을 못 만나 뵙겠네요”

인천 신현고 3학년 강지혜(18)양이 ‘6·25 유공자 어르신 초청행사’ 취소 소식을 듣고 한 얘기다. 신현고는 대한민국 6·25 참전 유공자회 인천시 서구지회(서구지회)와 연계해 매년 참전용사 30여명을 학교로 초대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행사가 열리지 않는다. 인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다. 서구지회가 학교 측에 “올해는 행사를 열지 말아 달라”고 전달했고 감염 예방을 고심하던 신현고가 이를 받아들였다.

50년 배려 못 받던 이들 울렸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전통 장을 포장해 참전용사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인천신현고 제공

학생들이 직접 만든 전통 장을 포장해 참전용사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인천신현고 제공

신현고의 6·25 유공자 어르신 초청행사는 2017년 학교 주변에 사는 참전용사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학교 학생회 토의 결과 계속 참전용사를 초청하자는 의견이 많아 6월 5일 행사가 열렸다. 참전용사를 한 명씩 소개하고 참전용사에 감사의 글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이 만든 고추장·된장을 꽃과 함께 참전용사들에게 전달하는 시간도 가졌다. 최근 인천 서구로 이사해 이 행사에 참석한 한 참전용사는 “타 지역에서 사는 50년 동안 배려받은 적이 없었다”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지난해 행사에서 참전용사들은 배웅해주는 학생들에게 내년에도 만나자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만남이 불발됐다. 강용희 서구지회장은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있는데 초청행사는 당연히 안 하는 게 맞다”며 “참전용사 대부분이 80대 이상이라 잘 모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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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현충일

지난해 6월 6일 현충일 수봉공원에는 참전용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념행사가 열렸다.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인천시지부

지난해 6월 6일 현충일 수봉공원에는 참전용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념행사가 열렸다.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인천시지부

매년 각 보훈단체는 현충일을 맞아 현충탑이 있는 인천 수봉공원을 찾는 등 여러 행사를 개최했다. 대한민국 6·25 참전 유공자회는 현충일과 함께 6월 25일에도 많은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열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신현고의 어르신 초청 행사를 비롯해 대부분 행사가 취소됐다. 인천보훈지청 등에 따르면 시내 대부분의 보훈회관도 문을 닫았고 보훈 단체도 활동을 임시 중단했다.

홀로 거주하는 참전용사는 평소보다 쓸쓸한 현충일을 맞게 됐다. 해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백옥현(87)씨도 그중 하나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인천 부평구에 홀로 사는 그는 최근 주변과의 교류가 뜸하다. 주변이 대부분 고연령층이다 보니 감염 예방을 위해 접촉을 최소화해서다.

백씨에 따르면 평소 현충일에는 9개 보훈단체가 모여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올해는 각 지부장 10여명 정도만 수봉공원을 찾아 인천지구 전적비에 참배한다. 백씨는 “올해가 6·25 전쟁 70주년이라 특별한 해인데도 코로나19 때문에 조용하게 지나가게 됐다. 다들 나이가 있어 내년에도 볼 수 있는 분이 누구일지 모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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