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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환자가 쓴 나무젓가락에서 바이러스 RNA 검출…전파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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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코론19 환자가 사용한 나무젓가락이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앙포토

젓가락. 코론19 환자가 사용한 나무젓가락이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사용한 일회용 나무젓가락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공용 반찬을 나눠 먹는 경우 감염 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레이스 류 박사 등 홍콩 중국대 의대 연구팀은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투고한 논문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에 의한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5명의 환자를 섭외해 나무젓가락을 사용해 식사하도록 했다.
환자는 무증상 감염자 1명, 증상이 가라앉은 환자 2명, 증세가 심하지 않은 환자 1명, 증세가 심한 환자 1명 등이었다.

일회용 나무젓가락. 중앙포토

일회용 나무젓가락. 중앙포토

환자들은 식사 전에 비닐로 밀봉된 나무젓가락을 하나씩 받았다. 대나무 젓가락이 아닌 일회용 일반 나무젓가락이었다.

나무젓가락은 식사 후 수거됐고, 나무젓가락 중 입에 닿는 부분을 완충용액에 담가 30초간 흔들어 침과 구강 내 액체성분을 분리했으며, 역전사 중합 효소 연쇄반응(RT-PCR) 방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물질인 RNA(리보핵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무증상 환자인 47세 여성은 입원 이틀 후(마지막 감염 노출 12일 후)에 사용한 나무젓가락에서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다.
이 환자의 경우 증상은 없었으나, 고해상도 CT를 촬영한 결과, 폐에서 작은 응고화(consolidation) 현상이 관찰됐고, 폐의 곳곳에서 감염 흔적이 확인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22세 여성 환자의 경우 콧물·두통과 발열 증상을 보였으나, 입원 후 증세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증세가 사라지고 1~2일 뒤에 사용한 나무젓가락에서도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다.

이 환자의 경우 증상이 사라지고 8일 후에도 호흡기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고, 고해상도 CT에서도 흔적이 확인됐다.

67세 남성 환자의 경우 열과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보였는데, 증상이 시작되고 5일과 7일 후에 사용한 나무젓가락에서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다. 호흡기 시료에서도 RNA가 검출됐다.

59세 남성 환자의 경우 기침과 가래, 목 따가움, 발열 등의 증상이 있었는데, 증상 발현 7일과 8일째 사용한 나무젓가락에서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다. 호흡기 시료에서도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다.

환자별 나무젓가락에서 바이러스 RNA 검출 결과. 환자 A와 환자E는 증상이 없어도 젓가락에서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다.

환자별 나무젓가락에서 바이러스 RNA 검출 결과. 환자 A와 환자E는 증상이 없어도 젓가락에서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다.

26세 여성 환자의 경우 열과 두통이 심했고, 식사도 잘하지 못했다. 증상이 나타난 1~3일에 사용한 나무젓가락에서는 바이러스 RNA가 검출되지 않았으나, 열이 가라앉은 3일 뒤부터는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다. 호흡기 시료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연구팀은 "증상이 가라앉은 환자가 사용한 나무젓가락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이번 연구는 무증상 또는 후(後) 증상 환자 등 다양한 증세를 보이는 코로나19 환자가 사용한 나무젓가락이 빈번하게 바이러스로 오염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가 소수라는 점, 바이러스가 감염성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은 것은 이번 연구의 한계이지만, 젓가락이나 다른 식사 도구가 바이러스 전파 경로일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나무젓가락보다는 쇠젓가락을 많이 사용하지만, 젓가락에 음식찌꺼기와 침이 묻는다는 점에서 바이러스 RNA가 검출되는 상황은 나무젓가락이나 포크·스푼 등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파리 중국식당의 나무젓가락과 간장. AFP=연합

프랑스 파리 중국식당의 나무젓가락과 간장. AFP=연합

연구팀은 또 "식당에서 공용 반찬을 덜기 위해 여분의 젓가락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식사 중에 공용 젓가락과 개인 젓가락이 섞이기 쉽다"며 "가족이나 친지와 식사를 함께할 때는 공용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잦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공용 반찬을 나눠 먹는 사회에서는 공용 반찬 이용을 규제하는 것이 사회적 거리 두기 전략의 하나로 시행돼야 한다"며 "환자가 사용한 식사 도구는 표준 감염통제 규칙에 따라 감염 물체로 간주하고 취급·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4일 지역별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6월 4일 지역별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6월 4일 지역별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6월 4일 지역별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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