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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도 못 벗는데 땀방울까지 겁난다···여름이 두려운 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방진복을 입은 의료진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방진복을 입은 의료진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인천시 서구 오류동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40대 A씨는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면서 걱정이 늘었다. 집단감염 우려가 있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것도 두려운데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몸 쓸 일이 많은 물류센터 현장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게 답답하기 때문이다. A씨는 4일 “물류센터 안은 선풍기 몇 대만 돌아가 엄청 더운 데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하면 숨이 막혀온다”며 “이런 이유로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는 이들이 많은데 하루하루 무섭다”고 말했다.

무더위에도 마스크 못 벗는 사람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시내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가 쌓여 있다. 위 내용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시내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가 쌓여 있다. 위 내용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맞는 첫 여름이 역대급 폭염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 일수는 최대 25일로 예측되는데, 이는 예년보다 두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물류센터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에 따르면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2년 넘게 일했다는 A씨에 따르면 물류센터 업무 특성상 집품할 때 뛰어다닐 일이 많아 숨이 차오르기 때문에 이를 지키는 건 쉽지 않다. 근무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용직·계약직이라면 더욱 그렇다. A씨는 “일용직이나 계약직은 관리자 눈치를 보며 일하기 때문에 뛰어다닐 수밖에 없다”며 “이에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현장에서는 긴장감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루하루 두렵다”는 고민은 A씨 얘기만은 아니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지난 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일하라고 한다”며 “폭염에 땀범벅인데 마스크를 쓸 수 없다”고 밝혔다. 더위로 찌는 듯한 노동 현장에서 숨이 막히는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건 고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혹서기 코로나19 사업장 방역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선 “무더위에 무거운 것을 배송하는 것도 힘든데 마스크를 쓰는 건 상상도 안 될 만큼 힘들다”(택배 노동자), “온몸을 보호장구로, 앞치마로, 고무장갑으로, 장화로 감싼 몸을 이제는 입까지 틀어막고 일해야 한다”(급식노동자) 등과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방역 지침 지켜지도록 대책 마련해야" 

이에 대해 전문가는 코로나19 사업장 방역과 노동자 보호 대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방역 사각지대에도 노출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일은 일대로 하라면서 마스크를 쓰라고 한다면 노동자는 마스크를 벗고 일할 수밖에 없다”며 “물량 자체를 조절해주는 등 물량(업무량)에 대한 조절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공간도 마련해야 한다”며 “이런 것들이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방역 지침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도 기록적인 폭염이 예고되면서 방역에 장애물을 만난 모양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겨울이나 봄보다 여름철에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며 “밀폐·밀집된 공간에서 모임을 할 땐 마스크 착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날씨가 덥다 하더라도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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