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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무대 넓힌 K팝…‘I 리스크’ 커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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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발표한 ‘대취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극풍 구성과 국악과 랩의 조합으로 주목받았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발표한 ‘대취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극풍 구성과 국악과 랩의 조합으로 주목받았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의 믹스테이프 ‘D-2’(사진)가 ‘빌보드 200’ 차트 11위를 기록했다고 빌보드 차트 공식 트위터 계정이 1일(현지시간) 밝혔다. 한국 솔로 가수 음반이 세운 최고 기록이다. 슈가가 지난달 22일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활동명으로 발표한 ‘D-2’는 80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스 ‘톱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타이틀곡 ‘대취타’에 조선시대 음악 대취타(大吹打)를 샘플링하고 뮤직비디오도 사극 세트에서 촬영하는 등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한 것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BTS 멤버 슈가 믹스테이프 ‘D-2’ #‘빌보드 200’ 11위 신기록 세웠지만 #미국 사이비교주 연설 사용해 논란 #해외 팬이 지적할 때까지 파악 못해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D-2’의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에 미국 사이비 종교 교주 짐 존스의 연설을 사용하면서 논란을 불렀다.

짐 존스는 1950년대 인민사원이란 종교를 창시해 900여 명의 신도를 음독자살하게 한 인물이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 도입부에 “당신은 죽더라도 살 것이다. 살아서 믿는 자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는 짐 존스의 과거 연설 일부가 삽입된 것. 일부 해외팬들이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윤기(슈가의 본명 이름)가 1977년 짐 존스의 연설에서 일부를 샘플링한 것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고,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빅히트는 지난달 31일 “부적절한 샘플임을 알지 못했다”며 “해당 부분을 즉시 삭제해 재발매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음악 산업 관계자들은 K팝이 무대를 세계로 확장하면서 ‘I (Internationalization·국제화)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한국에선 짐 존스라는 인물을 잘 몰라 샘플링 당시 내용 파악이 안 된 것 같다”며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세계인이 듣다보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슈가

방탄소년단 슈가

방탄소년단은 2018년에도 유튜브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Burn the Stage)에서 입고 나온 티셔츠에 원자폭탄 투하 사진이 인쇄된 것이 확인돼 논란을 빚었다. 빅히트 측은 “원폭 피해자들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 있었던 점을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비젠탈센터가 “방탄소년단이 나치 문양이 박힌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고 문제를 제기,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2015년엔 B1A4(비원에이포)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콘서트 도중 이벤트에 당첨된 히잡 쓴 여성팬들과 포옹했다가 현지에서 논란에 휘말렸다. 이슬람교는 결혼을 하기 전에는 이성간의 신체접촉을 금지하기 때문에 현지 일부 이슬람 교도들이 반발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의 문화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팬들의 요구도 커지고, 다른 문화에 대한 감수성과 책임감도 커졌다”며 “기획사에서도 로컬 시장만 겨냥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슈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다국적 멤버로 구성되면서 수반되는 리스크도 커졌다. 트와이스는 2016년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멤버 쯔위가 태극기와 대만국기(청천백일기)를 흔드는 장면이 포착돼 홍역을 치렀다. 대만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반발로 트와이스 불매 운동이 일기도 했다. 중국과 대만간 정치적 쟁점으로도 부상했다. 결국 JYP엔터테인먼트가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에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쯔위도 유튜브로 사과했다.

지난해 한·일 갈등 고조기엔 트와이스 일본인 멤버들이 온라인상에서 악플 등 공격을 받았고, 일본인 멤버 미나가 건강상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세계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국적의 멤버들로 팀을 구성하다보니 양안 문제(중국-대만), 한·일 갈등 등 국제정치 이슈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멤버들에게도 충분한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일부 기획사는 역사 강사를 초빙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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