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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성] ´아내의 몸짓´ 부끄러워 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당신은 성생활에 대해 배우자와 얼마나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십니까.

성문화가 개방된 서구에서도 보기 드문 러브호텔·룸사롱·미성년자 매매춘.여성의 성을 억압해 온 전통적 가치관이 부부 중심의 서구식 성문화와 혼재하면서 우리나라 부부의 성행태가 갈수록 왜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뚤어진 성윤리와 퇴폐·향락문화의 근본 원인이 바로 부부가 제각각 추구하는 성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우리나라 부부들의 ‘따로 노는’ 성문화 실태와 대책을 알아본다.

발기부전으로 음경보형물 삽입수술을 한 A씨(60) .수술 사실을 모른채 한동안 성관계를 갖던 부인이 남편의 발기력 회복이 수술에 의한 것임을 뒤늦게 알고 분노에 차 보형물 제거를 요구했다.“나를 사랑해서 수술했다기 보다는 바람을 피우기 위해 그 나이에 수술까지 받은 게 틀림없다”는 것이 부인의 주장.남편이 보형물 제거를 거부하자 부인은 끝내 가출했다.

중앙대의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김세철교수는 “성문제를 상담할 때도 서구에선 당연히 부부가 함께 병원을 찾지만 우리나라에선 보형물을 삽입하는 중요한 수술을 할 때도 대부분 남자 혼자서 병원을 방문한다”고 설명한다.

비아그라처럼 먹는 약의 처방을 원할 때도 마찬가지.김교수는 “우리나라에선 ‘비상용’으로 비아그라를 지갑에 넣고 다니는 남성이 태반”이라고 쓴웃음을 짓는다.전미 대통령후보였던 봅 돌 부부가 비아그라 체험담을 언론에 공개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성이란 남들 앞에서는 감추고 자제해야 하지만 안보는 데서는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이중적 성문화도 이러한 부부 따로 성문화를 부추기고 있다.

부산대의대 산부인과 김원회교수는 “혼외정사도 서구에서는 평상시 잘 알고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사람과 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매매춘·묻지마 관광 등을 통해 모르는 남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힌다.

문제는 세계화와 인터넷이 보편화 된 세상에서 성을 더 이상 억누르거나 터부시 할 수만은 없다는 것.김교수는 “사랑하는 남녀간의 성관계를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개방된 사회의 문화적 개념이 보편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성생활이 동물과 다른 점은 발정기와는 상관없이 성생활을 한다는 것.특히 피임법의 발달로 인간의 성생활은 종족본능의 기능보다 사랑의 표현이라는 기능이 강화됐다.

따라서 평생 성파트너인 부부간에는 성을 아름답게 가꿔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평생의 성파트너란 편안함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기에 성행위가 습관적으로 행해지다 시들기 쉬운 단점이 있다.

따라서 성행위시 끊임없는 노력을 가장 많이 해야 되는 사이가 부부라는 것.부부간 만족한 성생활은 부부금슬을 강화시키는 촉매제 역할도 한다.

설현욱 성크리닉 원장은 “잉꼬부부로 소문난 레이건 전미 대통령 부부를 비롯 예로부터 사이좋은 커플의 경우 상호 만족한 성생활이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도 부부간 성생활을 변화·개선시키기 위해선 여성이 보다 적극성을 띠어야 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남성들의 인식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부부간에 상대방의 성생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A씨부인의 경우 남편이 나이가 들어 발기 불능이 되더라도 성욕은 갖고 있음을 알고 인정해 줘야 한다.남성은 노화와 더불어 발기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노인일수록 발기를 위해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김세철 교수는 “20대 남성은 성적 상상만으로도 발기가 가능하나 50대 이후엔 성기의 직접적 자극·변화된 환경 등 젊을 때보다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인이 이해하고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여성도 나이가 든다고 해서 성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단 폐경후엔 질이 건조해짐에 따라 성교시 통증이 생겨 성행위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성균관대의대 산부인과 최두석교수는 “성교통은 호르몬 치료나 윤활제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힌다.여성은 만족한 성생활을 위해 파트너와의 감정적 친밀감이 남성보다 훨씬 더 필요하다는 점은 남편이 늘 유념해야 한다.

이처럼 성을 아름답게 가꾸려면 부부간 열린 대화가 필수 조건이다.하지만 우리나라 40대 이후 부부간에는 성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매우 부족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대신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성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함으로써 따로 하는 성문화를 부추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도 현재 20·30대 고학력층을 중심으로 함께 하는 성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한 현상이다.이들은 혼전에 성적 자유를 어느정도 누리고 지내며 결혼 연령이 늦다.

아내도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맞벌이인 경우가 많고 성관계는 남녀가 서로 즐기는 사랑의 표현임을 당연시 여긴다.

설원장은 “이런 부부는 조루·불감증 등 성문제가 있을 땐 당연히 부부가 함께 상담을 한다”고 밝힌다.

성문제는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결국 어떤 식으로건 표출되기 마련.서울대의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어느 순간 문제가 불거져 가정파탄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마냥 억누를 땐 히스테리·신체화장애 등의 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신체화장애란 이유없이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두근거린다고 호소하는 병.과로한 일도 없는데 유난히 피로하고 머리도 아프다.검사를 해보면 특별한 이상이 없다

.여성이 성문제를 드러내 놓고 이야기 하다간 비천하고 부끄러운 행동으로 취급받기 쉬운 분위기 때문에 국내에선 단연 여성 환자가 많다.

권교수는 “성적욕망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다”면서 “성문제는 남편이 문제 해결을 위해 부인에게 적극적인 대화를 먼저 제안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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