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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환에 좋은 미나리농사는 쌀보다 4∼5배 소득 높아

중앙일보

입력

‘환경농업=생명농업’이라고 외치는 황용철씨는 전남 화순군 북면 백아산 계곡의 깨끗한 자연환경을 이용해 농사도 짓고 큰 돈도 거머쥔 우리 농업계의 유명 인사다.

지금부터 33년 전, 서울에서 기계기술자로 성공한 한 젊은이가 산골짜기로 농사를 짓겠다고 들어갔다. 그것도 일본에서 들여온 2천5백만원어치의 농기계를 갖고 아파트 한 채 값이 5백만원에 불과하던 시절. 모두들 그가 돌았다고 했다. 농기계는 커녕 전기도 전화도 포장도로도 없는 오지에 무슨 별볼일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여년이 흐른 지금, 그 골짜기는 기계화 영농은 기본이고 불미나리와 인진쑥, 율무 그리고 오리농법 쌀을 화학비료, 농약 없이 재배해 연간 1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대규모 환경농업 단지로 변모했다.

기계화 영농을 부르짖었던 그 젊은이는 어느새 환경농업의 전도사가 되어 있었다. “예비 귀농인 강의를 가면 그런 말을 해요. 내가 귀농 33년 선배입니다. 선배로서 충고하는데 여러분, 지금 방식으로 농사지으려면 농사짓지말고 서울로 가부리쇼. 죽어라 용써서 쌀농사 1백 마지기 지어봐야 돈이 전혀 안벌리요. 근디 애시당초 농사로 돈벌겠다 생각말고 땅 살리고, 물 살리고 우리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겠다는 맘 먹으면 살아나는 구멍이 있소. 10마지기 농사로도 1백 마지기 소득을 올리는 방법이 농촌에 있단 말이여….”

이렇게 자신있게 ‘환경농업=생명농업’임을 외치는 인물은 한우물 영농조합법인을 이끄는 황용철씨(061-372-8888)이다. 전남 화순군 북면 백아산 계곡에서 15만평의 환경농업 단지를 농민들과 함께 일군 주인공이다.

신한국인상, 환경대상, 일일농림부장관 같은 상이란 상은 죄다 거머쥔 우리 농업계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명인이다.

그를 지난 주말 백아산 계곡에서 만났다. 이유는 딱 한 가지. 환경농업을 해서 어떻게 돈으로 만들었느냐? 비좁은 다락논, 자갈밭에서 어떻게 연매출 1백억원대의 금싸라기 매출을 올리느냐는 것이다.

“미나리 농사로 쌀농사보다 4∼5배 높은 소득을 올린다면 믿겠습니까? 여기서는 미나리밭 3천평이면 쌀농사 1만평에 해당하는 돈이 나옵니다. 다 백아산의 깨끗한 자연환경 덕분이죠.”

이곳의 미나리는 남다르다. 우선 물속에서 자라는 일반미나리와는 달리 물 없는 밭에서 수확한다. 그리고 1급수의 깨끗한 물만 먹인다. 농약, 화학비료는 일절 안준다.

일명 백아산 불미나리. 간질환에 좋은 불미나리즙은 전량 약용으로 수매되는데, 이곳의 미나리밭 2백평 한 마지기면 한번에 평균 1천kg이 수확된다. 봄, 가을 두 번 수확하니까 2백평당 2천kg 이상이 된다. 평당 10kg이 넘는다. kg당 수매가가 1만원이니까 불미나리의 평당 소득은 1만원. 올해는 재배기술이 향상돼 평당 15kg 수확으로 1만5천원의 소득을 보고 있다. 미나리 농사 3천평이면 4천5백만원(평당 1만5천원×3천평)이란 계산이다. 미나리밭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진쑥밭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일반쑥과는 달리 한 번 심으면 2m 높이까지 치솟는 인진쑥은 예부터 황달초라 불릴 정도로 간과 폐기능 저하에 효능이 있는 걸로 알려져 있는 약초이다. 백아산 특산물인데 이것도 불미나리와 함께 약용으로 출하된다. 인진쑥도 3천평이면 1천5백만원의 소득이 넘는다.

여기에 인진쑥과 돌려짓기를 하면서 나오는 쥐눈이콩, 수확량이 월등히 좋은 유기농 율무, 오리쌀까지 합치면 친환경농사로 백아산 일대 농민들이 한 해 거두는 소득은 평균 4천만∼5천만원이다.

수매된 농산물을 미나리즙과 조청, 식초콩 등의 1차농산 가공품으로 만들어 팔아 연간 1백40억원 상당의 소득이 이 비좁은 백아산 계곡에서 쏟아져나오는 것이다. 그가 처음 백아산 계곡에 눈을 돌린 것은 이곳이 상수원 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그는 물을 살리면서 농사짓는 데에 골몰했다.

산에는 토하(작은 민물새우) 양식장을 만들었다. 계곡 양옆의 논밭에는 미나리를 심었다.

미나리는 물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더러운 물에서만 키우는 미나리를 깨끗한 물로 씻기면서 미나리를 먹는 사람들의 건강도 지키겠다는 소박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약은 일절 쓰지 않았다. 그 자신이 율무밭에 제초제를 주던 중 농약중독으로 쓰러졌던 악몽을 겪었기 때문이다.

뜻을 함께한 농민들도 다수 몰려들면서 미나리 농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돈이 벌리지는 않았다. 도무지 미나리가 팔리지 않은 것이다. 한해가 가고 두 해가 가면서 좋은 뜻으로 모인 농민들은 백아산을 떠나기 시작했다. 여기서 황용철씨의 위기극복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1차 생미나리 상태를 그대로 파는 것에서 벗어나 미나리즙을 만들어 팔기로 했다. 물에서만 기르던 미나리를 물 없이 재배해 당도와 향을 높인 것도 이때의 아이디어. 미나리가 간에 좋다는 것은 예부터 전해내려온 사실.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해 당도 높은 불미나리로 미나리즙을 만들어 판 것이다. 잘 팔리고 돈도 많이 벌릴 즈음 이번엔 녹즙 파동이 닥쳤다. 녹즙회사들의 중금속 다툼으로 미나리즙도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그때 다시 망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녹즙기를 쓰지 않고 즙을 내는 방법을 연구했죠. 결국 옛조상들에게서 방법이 나오더군요?”

그가 찾은 방법은 커다란 독을 이용한 발효즙 만들기. 갓 수확한 불미나리를 잘라 그대로 커다란 독에 넣어두고 여름엔 1주일, 겨울엔 한 달 정도 놔둔다. 그러면 미나리에서 즙이 내려오고 미나리는 위로 뜬다.

황용철씨의 환경농업 성공포인트
1. 상수원 보호구역을 택했다 : 친환경농업 정책지원을 받기에 가점대상이 된다.

2. 경쟁력 있는 작목 선택 : 다락논과 천수답을 싼 값에 구입해 이곳에 벼 대신 밭미나리와 인진쑥을 재배해 쌀농사보다 4~5배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3. 기능성 농산물 생산 : 채소로서가 아니라 약으로 출하, 부가가치를 높였다.

4. 완전무농약 농법 : 실크공장 부산물을 이용한 보온덮개를 활용해 풀이 자라는 것을 막고, 미나리의 파종시기를 조절해 잡초를 미연에 방지한다.

6.다수확 : 옆으로 누운 미나리를 위로 치솟게 해 일손을 줄이고 수확량을 늘렸다.

인진쑥은 잘 말린 뒤 가마솥에 넣고 끓이는데 반드시 장작을 때서 끓인다. 장작을 때면서 나온 연기로 목초액을 만들고 숯은 비료로 쓰기 위해서이다. 여기에 오미자를 집어넣는다.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아도 보존기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치는 왜 6개월 이상 둬도 상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젖산 때문이더라고요. 젖산이면 신맛이죠? 그렇게 오미자를 찾았습니다.”

이런 좌절과 극복, 시행착오와 연구개발을 통해 지금의 백아산 환경농업단지는 정착될 수 있었다. 이곳을 둘러보면 곳곳에 연구개발 흔적이 남아 있다. 산정상쪽 부근에는 토하 양식장이 있다. 이곳에서 토하를 양식해서 하천으로 방류하는데, 농약에 민감한 토하들이 어디까지 내려가 살고 있는지가 바로 농약을 쳤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땅을 깊게 파서 매설한 인분발효장도 눈에 띈다. 주변에서 나오는 인분을 한데 모아 지하탱크에서 발효시킨다. 인분이 발효되며 나오는 메탄가스는 시설농업에, 발효물은 액비로 미나리밭과 인진쑥밭에 쓰기 위해서다.

밭마다 깔려 있는 실크보온덮개도 제초제를 쓰지 않고도 풀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황씨가 개발한 작품이다.

문의 02-781-8264.

신동헌 KBS제작단 제작부장·農業전문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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