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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시험' 허점 결국 터졌다, 인하대 의대생 50명 '집단 커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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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의과대 단체 카카오톡방에 올라온 공지. [독자 제공]

인하대 의과대 단체 카카오톡방에 올라온 공지. [독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 대학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인하대에서 온라인 시험 ‘집단 부정행위’ 사례가 실제로 발생했다. 앞서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시험으로는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4월 11일 인천 인하대 의과대 1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초의학 총론' 과목 온라인 시험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기초의학 총론은 89시간 5학점짜리 수업으로, 다른 과목에 비해 배점이 높은 편에 속한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인원은 전체 수강인원인 57명 중 50명으로 확인됐다. 학과 차원에서 부정행위 관련 진상조사가 시작되자 이 학과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모여서 보신 분들은 O, 혼자 보신 분들은 X에 투표해 달라'며 공지가 올라왔다. 이 투표에는 50명이 '모여서 봤다'고 부정행위를 인정했다.

해당 카톡방에서는 "나중에 적발되면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교수님들께서는 (부정행위자를) 전원 찾아내시겠다는 입장"이라며 자백을 유도했다. 또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인 인하대 에브리타임에 의과대 부정행위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올라오자 "본인 혹은 지인에게 말해 작성된 글이면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 대학에서는 앞서 의과대 2학년 ‘근골격계’‘내분비계’ 임상과목 시험에서도 집단 커닝이 발생해 이미 5월 중순부터 조사가 진행 중이다. 1학년 사이에서 발생한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학과가 사실관계 파악 등 진상 조사에 착수했으며 완료되면 학과 내 징계위원회에서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시험 성적 분포도. 부정행위자들은 1,2구간에 몰려있다. [독자 제공]

온라인 시험 성적 분포도. 부정행위자들은 1,2구간에 몰려있다. [독자 제공]

한편 이 같은 부정행위는 학과 내부 제보를 통해 처음 드러났다. 담당 교수들이 산출한 시험 성적 분포 결과에 따르면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학생들이 대부분 하위권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과 학생은 "50명이 모두 모여서 시험을 본 것은 아니고 4~10명 가량 소규모 그룹으로 시험 치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같은 상황 막기 위해 1문제당 풀이 시간을 50초로 제한하는 등 시험 시간을 촉박하게 부여하는 것 외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하대 측은 "학교에서도 이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다"면서도 "문제가 된 시험은 중간고사·기말고사 개념이 아니라 단원평가 정도로 봐야한다"고 했다.

또 인하대 관계자는 "부정행위 관련해 학생들에게 충분히 고지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6월 말 기말고사는 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안은 현재 의과대 차원에서 조사 중이며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본부가 직접 징계를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연세대 의대는 지난 3월 "의과대학 교육과정의 특성상 오프라인 시험이 불가피하다"며 본과 2학년생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시험을 치른 바 있다. 학교 측은 "학생 대표와 학교 측이 만나 온라인 시험‧시험 연기도 검토했지만 시험 공정성 문제와 학사 일정상 다른 선택은 무리였다"고 밝혔다.

앞서 온라인으로 중간고사를 진행한 건국대에서는 같은 IP 주소로 동시접속한 기록이 교수에게 발각돼 논란이 일었다. 한양대에선 온라인 시험 직전 “시험을 대신 치러주겠다”는 글이 인터넷 카페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교수들은 시험을 과제물로 대체하고 중간고사 성적 반영 비율을 대폭 낮추거나 시험을 치르는 동안 화상캠을 켜놓도록 하는 등 감독을 강화했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이어지는 공정성 지적에 다가올 기말고사는 오프라인으로 치르는 식의 대안을 모색 중이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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