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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다음 꿈은 화성, 2022년 8만 명 ‘식민지’ 첫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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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30일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크루 드래건의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30일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크루 드래건의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신형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지난달 30일 오후 3시22분(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민간 유인 우주선으로는 처음이다. 동서 냉전 이후 정부가 우주 개발과 우주선 발사를 독점하던 시대를 지나 ‘민간 우주탐사’의 문을 연 것이다. 크루 드래건을 하늘로 쏘아올린 재활용 로켓인 팰컨9도 스페이스X가 제작했다.

신형 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성공 #NASA 대신 스페이스X가 우주개발 #다들 불가능 말할 때 18년간 도전 #4년 뒤엔 달 착륙선도 발사 추진

크루 드래건은 시속 2만7360㎞로 날아가 19시간 만에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하고 6~16주 뒤 지구로 돌아올 계획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베테랑 우주비행사인 더글러스 헐리(54)와 로버트 벤켄(50)이 탑승했다. 이 우주선은 지난달 27일 1차 발사 시도를 했지만 발사 17분 전 기상 악화로 연기했었다.

NASA의 우주 비행사 더글러스 헐리(앞쪽)와 로버트 벤켄이 지난 3월 시뮬레이터에서 훈련하는 모습. [AP=연합뉴스]

NASA의 우주 비행사 더글러스 헐리(앞쪽)와 로버트 벤켄이 지난 3월 시뮬레이터에서 훈련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스페이스X는 미국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49)가 2002년 세운 회사다. 머스크는 크루 드래건 발사 직후 “18년 동안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막상 이뤄지니 믿기 어렵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는 말을 테마로 설정했다.

미국은 1969년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달 표면에 착륙시켰다. 하지만 2011년 우주 왕복선 애틀랜티스를 마지막으로 유인 우주선을 보유하지 못했다. 이후 미국의 우주비행사들은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빌려 타며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1 우주선 발사 2 로켓 분리 3 추진기 점화

1 우주선 발사 2 로켓 분리 3 추진기 점화

과거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우주선 설계와 제작의 주체가 NASA에서 민간 기업으로 옮겨간 것이다. NASA는 스페이스X와 여섯 차례 왕복 우주 비행을 하는 조건으로 26억 달러(약 3조2000억원)에 계약했다. 이번 발사는 최종 테스트 성격이다. 크루 드래건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NASA와 스페이스X는 우주선을 여섯차례 더 운항할 계획이다. 다음 발사는 오는 8월 말께로 예상된다. NASA는 보잉과도 49억 달러에 계약했다.

스페이스X 출발에서도킹까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스페이스X 출발에서도킹까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자동 시스템을 갖춘 크루 드래건은 우주비행사가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터치스크린을 쓸어넘기는 방식으로 우주선을 제어한다. 비상탈출 시스템도 갖췄다. 과거 두 차례 우주선 폭발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경험 때문이다. 우주비행사의 복장도 달라졌다. 과거보다 부피를 줄인 날렵한 형태다. 우주선과 ISS를 오갈 때를 위한 실내용 우주복이어서 우주 유영에는 쓸 수 없다.

달라진 우주인 복장

달라진 우주인 복장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발사에 대해 “우주여행 상업화의 본격 신호탄”이라며 “앞으로 비용도 대폭 저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인수 NASA 우주환경그룹장은 “머스크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할 때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기술을 축적해 우주 탐사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머스크의 꿈은 ISS를 넘어 화성으로 향해 있다. 아들이 태어난 지난달 5일에는 ‘화성을 점령하라’는 말이 적힌 셔츠를 꺼내 입었다. 2022년 화성에 무인 우주선을 발사하고 2024년에는 첫 번째 유인 우주선을 보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언젠가 화성에 8만 명 규모의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남아공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을 공부했고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4세 때는 뉴욕타임스(NYT) 등에 인터넷 기반으로 독자 정보를 판매하는 회사를 차렸다. 이후 온라인 결제 업체인 페이팔의 전신인 엑스닷컴(X.com)을 창업했다. 이베이는 2002년 이 회사를 15억 달러에 샀다. 머스크는 2017년 우주과학 학술지 뉴스페이스에 “인류를 다(多)행성 종족으로 만들 것”이라며 “엄청난 위험과 큰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전수진·권유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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