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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성공 뒤에 PEF 있다…84조원 토종 PEF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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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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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분기 352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업계 최강자 엔씨소프트(2412억원)를 누른 게임 개발업체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FPS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이다. 조만간 상장을 추진하는 이 게임회사엔 오랜 후원자가 있다. 2009년을 시작으로 2014년과 2018년 등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기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를 결성해 자본 공급에 나서 현재까지 총 3600억원을 투자한 IMM인베스트먼트다.

#IMM인베스트먼트 직원들은 최근 유독 바빠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그간 회사가 주로 투자했던 언택트·이커머스·게임 등 온라인 기반 서비스들이 부각을 받게 돼서다. 온라인 소셜커머스 위메프와 온라인 인테리어 서비스 업체 오늘의집, 온라인 가구 판매업체 레이디가구를 운영하는 오하임아이엔티 등이 대표적인 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최근들어 초창기 투자한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 저평가된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 등 새로운 기회를 찾는 중이다.

이 회사처럼 PEF를 통한 투자가 최근 급성장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이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 수가 721개, PEF 약정액이 8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사모펀드 제도개편이 있었던 2015년말 대비 수 기준으로는 2.3배, 약정액 기준으로는 1.4배 증가한 수준이다.

2019년 PEF 주요 현황. 금융감독원

2019년 PEF 주요 현황. 금융감독원

PEF는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해 사업구조·지배구조 등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모펀드다. 일반 기업이나 재무구조개선기업(부실징후기업·재무구조개선약적 체결기업 등), 창업·벤처기업 등에 투자한다. 투자기업의 경영권에는 개입하지 않는 대신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헤지펀드)와는 구분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PEF 업권은 거의 모든 면에서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신설 PEF 수는 전년 대비 8개 증가한 206개로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 생긴 PEF 가운데 78.6%는 1000억원 미만 소형 PEF였다. 같은 기간 PEF 신규 자금모집액은 15조6000억원이다. 전년(16조4000억원)과 비교했을 때 소폭 감소한 액수지만, 이 역시 10조원을 수준에 머물렀던 2015년~2017년에 비하면 50% 이상 성장한 수준이다.

2019년 PEF 신규자금모집 현황. 금융감독원

2019년 PEF 신규자금모집 현황. 금융감독원

PEF 업권에 돈이 몰리자 이 돈을 운용하겠다고 나선 PEF 운용회사(업무집행사원·GP)도 큰폭 증가했다. 2019년말 PEF GP는 304개사로 1년 전보다 50개 증가했다. 이 중 금융회사나 창업투자회사가 아닌 전업 GP는 201곳(69.1%)에 달했다. 2014년말 50.6% 수준이었던 전업 GP 비중은 해가 거듭될 수록 커지는 추세다.

PEF들은 지난해 국내외 5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총 16조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는 사상 최대규모로, 직전 3년 평균 투자집행 규모(11조7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액수다. 지난해 시장을 들썩였던 주요 투자사례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KDB인베스트먼트,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한 JKL파트너스, 그랜드하얏트서울의 지배회사인 서울미라마를 인수한 인마크PE 등이 있다.

지난해 PEF가 투자를 끝내고 회수(엑시트)한 금액은 11조7000억원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규모다. 1년 전(9조원)과 비교하면 2조7000억원이 늘었고, 2015년(5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두배가 넘는다. 지난해 주요 회수 사례는 MBK파트너스의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및 대성가스, 스톤브릿지캐피탈의 SK인천석유화학, 한앤컴퍼니의 쌍용양회공업 등이다.

2019년 PEF 약정액 및 미집행률 현황. 금융감독원

2019년 PEF 약정액 및 미집행률 현황. 금융감독원

PEF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투자 여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기준 PEF가 투자자들로부터 약정한 금액(약정액) 84조3000억원에서 이미 투자를 집행한 금액(이행액) 61조7000억원을 빼면 22조6000억원이 남는다. 이는 언제든지 추가 투자할 수 있는 유동성으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를 강타한 코로나19은 PEF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PEF에겐 경기침체 등으로 저평가된 우량기업을 취득할 수 있는 시기가 최적투자시점이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사태로 PEF 업권이 단기적으로는 투자위축 등 부정적 영향을 받겠지만, 미집행 약정액 등 투자여력을 감안했을 땐 오히려 투자기회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감원은 지난해까지 양적 성장을 일군 PEF 업계가 앞으로 질적 성장까지 이뤄낼 수 있도록 감독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업력이 부족한 신규 GP가 증가하고 소형 프로젝트 PEF 비중이 높은 등 일부 쏠림현상이 발생했다"며 "이를 중심으로 맞춤형 점검과 감독을 강화해 글로벌 수준 사모펀드로의 질적성장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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