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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간 검찰 조사받은 이재용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1년 6개월간 이어져 온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으로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 부회장은 본인에게 제기된 각종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지난 26일 오전 8시 30분쯤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했다. 조사는 영상녹화실에서 27일 오전 1시30분까지 약 17시간 동안 진행됐다. 지난해 말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 부회장은 검찰청사 1층 현관 대신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석‧귀가했다.

수사는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고발로 시작됐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4조5000억원의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고 판단했다.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것이다.

이는 검찰 단계에서 이 부회장의 승계 과정 연관성을 규명하는 수사로 확대됐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갖고 있지 않았다.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산정되면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15년 5월 제일모직 주식 1주가 삼성물산 주식보다 약 3배의 가치를 갖는 조건으로 합병이 결의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에 이로운 사실은 합병 결의 이후에 알려 주가를 떨어트리고, 반대로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렸다고 의심한다. 삼바의 회계 부정 역시 모회사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위한 것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일련의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어느 선까지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규명하기 위해 계열사 직원부터 그룹 윗선까지 수사를 확대해왔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게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분식회계가 아니며 합병 역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는 삼성의 입장과도 맞닿아있다. 삼성 측은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라거나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 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정해졌다는 것은 세간의 오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 부회장의 추가 조사가 필요한지 검토할 방침이다. 지난 1월 사장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김신(63) 전 삼성물산 대표가 소환된 이후 검찰은 김종중(64) 옛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과 최지성(69) 옛 미전실장 등을 여러 차례 소환했다. 검찰은 다음 달 안으로는 주요 피의자들의 법적 책임과 가담 정도를 따져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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