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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머니] 서울 집값 떨어졌다는데…왜 찾으면 없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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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네. 내가 가고 싶어하는 집만 그대론가…." 서울 집값이 내려갔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지만,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집값이 빠진 줄 알고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었다가 '꿈쩍 않은' 시세에 당황했다는 얘기도 있죠. 집값, 정말 내려가긴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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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수치상으론 하락

=언론은 정부 공식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자주 인용한다. 이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8주 연속 하락했다. 감정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대출 규제,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등 악재가 겹친 탓으로 분석한다.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과 부동산114 통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로 노는 체감 집값

=하지만 개별 단지 몸값은 딴판이다. 특히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9억원 이하 아파트값은 요지부동이다. 30대 젊은 층의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북 한강 벨트 '마용성광'(마포·용산·성동·광진구)에서 아파트 5곳씩 무작위로 골라 분석한 결과다.

=마포구 강변힐스테이트 전용면적 59㎡(옛 24평)는 지난 3월 8억8000만원에 거래된 뒤 지난달에도 같은 가격에 팔렸다. 성동구 행당한진타운 전용 59㎡(옛 26평)는 이달 8억2000만원에 거래돼 지난달 거래가(7억9000만원)보다 오히려 올랐다. 최고가를 갈아치운 곳도 있다. 지난해 12월 8억4800만원에 거래된 광진구 자양7차현대홈타운 전용 59㎡(옛 23평)는 지난달 8억8500만원에 팔렸다. 종전 최고가는 8억5000만원이었다.

서울 ‘마용성광’ 일부 아파트값.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서울 ‘마용성광’ 일부 아파트값.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실제론 8주간 0.4% 하락

=수치와 실제 집값에 온도 차가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그 중심에 '통계 착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집값이 8주 연속 내렸지만, 이 기간 하락률은 0.4%에 그친다. 5억원짜리 집의 경우 200만원 정도 하락한 거다.

#고가 아파트만 하락?

=조사 기관의 통계 산출 방식도 영향이 있다. 한국감정원의 경우 표본 아파트를 대상으로 실거래가를 파악한 뒤 거래 사례가 없으면 유사 거래, 중개업소 확인을 통해 조사한다. 산출 근거가 되는 표본 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서울만 3000~4000가구로 추정된다. 표본 자체가 부족한 셈이다.

=표본에 어느 아파트가 얼마나 포함되는지도 큰 변수가 된다. 소비자의 관심이 많은 고가 아파트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경우, 그 주택 가격이 내려가면 전체적 수치도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최근 강남권 집값 하락 폭은 비교적 컸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76㎡(옛 30평)는 지난 3월 19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달 18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송파구 엘스 전용 84㎡(옛 33평)도 6000만원가량 내렸다.

서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서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현지 중개업소들은 "고가 아파트값이 떨어지니까 서울 집값이 다 하락한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광진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이 매매 물건을 내놓지 않아 거래가 없어 집값이 내렸는지 올랐는지 파악하기 어려운데, 다들 집값이 내려간 것처럼 말한다"며 "비싼 강남권과 신축 아파트값이 내려갔을 뿐, 9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값은 잘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는 참고만, '발품'이 최선

=조사 기관마다 표본과 조사원 등이 다른 만큼 통계와 실제 간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통계는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실제 의사 결정을 할 땐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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