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언론인 출신 박병석 의장에게 상식과 협치 국회 기대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21대 첫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여야 통틀어 국회 최다선(6선)인 박 의원은 당내 경선 ‘삼수’ 끝에 영예를 안게 됐다. 그는 “21대의 목표는 싸우지 않고 일하는 국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 개혁이 목표”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막장 대치로 ‘최악의 국회’ 소리를 듣는 지금의 소모적 정치에서 벗어나 21대 국회는 생산적 국회가 되길 바라는 게 국민의 바람이다. 새 의장 내정자의 국회 개혁 포부에 큰 기대를 걸어 본다.

4·15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둬 무소불위의 국회 권력이 탄생했다. 다수당이 법안을 일방 처리할 수 없도록 도입한 국회선진화법 제한 규정도 비켜갈 수 있어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뜻대로 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에겐 중립성, 객관성과 함께 협치와 소통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 정책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서도 여야를 넘나드는 조화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국회를 열 수도, 마음만 먹으면 국회를 닫을 수도 있는 국회의장이 편파적인 국회 운영으로 인기 영합 행보에 나설 경우 국정 전반이 멍들고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전임자인 문희상 의장은 수락 연설에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협치가 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청와대의 기세에 눌려버린 20대 후반기 국회는 분열과 대립으로 얼룩졌다. ‘청와대 정부’로 불릴 만큼 청와대가 비대해지고 정부 부처는 왜소해졌다. 행정부 2인자란 총리는 국회의장 출신이 맡고 있다. 이번에도 똑같이 역대급 국민 분열 속에 출발하는 21대 국회다. 협치와 소통이 가능하려면 국회는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서 행정부 비판과 견제란 본연의 역할과 임무에 우선 충실해야 한다. 정권이 임기 말로 다가설수록 국회의 위상과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자 당내 중도온건파로 분류되는 박병석 의원은 계파에서 자유롭고, 유연하며, 신뢰성 있는 언행으로 대야 확장성이 높은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싸움판으로만 인식되는 국회를 상식의 정치가 통하는 장으로 만들어 달라. 행정부의 독주를 비판하고 견제하면서도 국민 다수의 이익에 맞도록 견인하는 대의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장의 권한을 오로지 국민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고 공정하게 행사한다면 국민들은 적극 지지하고 밀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