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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고3 피해 없게 하겠다"··· 그후 불붙은 '물수능'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원단체 대표들과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원단체 대표들과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등교한다. 애초 예정됐던 개학보다 80일 늦춰졌다. 고3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생긴 '학업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예년에 비해 올해 고3 수험생이 대입에서 크게 불리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이런저런 제안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제안은 '실제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18일 전남 담양고등학교를 찾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부모를 만난 자리에서 "고3이 재수생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의 발언은 즉시 교육계 안팎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고3과 부모 사이에서는 '입시 제도 변경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의 선발 전형은 자율에 맡겨져 있어 강제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학업이 어려웠던 고3을 배려하는 대책이 나올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 상태다.

"수능 미뤄 고3 시간 더 주자"…"졸업생은 노나" 반론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동진학교 설립 협약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동진학교 설립 협약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에선 유 부총리의 발언이 수능 연기를 염두에 둔 것이란 추정이 나왔다. 2개월 이상 학교에 가지 못한 고3에게 대입 수능 등을 대비할 시간을 늘려주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앞서 지난 14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일정 등) 입시에 관한 변동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적 있지만, 수능 연기 주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몇몇 교육감들의 발언도 그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현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한 달은 수능을 미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4일 TV토론에서도 조 교육감은 수능 연기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능 연기가 고3에게 반드시 유리하지는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을 늦춘다고 해서 꼭 재학생이 유리하진 않다. 같은 시간에 재수생도 공부를 더 하지 않냐"면서 "효과는 뚜렷하지 않은데 교육비 지출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쉬운 수능으로 재학생 돕자" vs "변별력 파괴로 혼란 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시행된 지난해 6월4일 오전 대구 수성구 황금동 경북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이 귀에 귀마개를 꽂고 1교시 국어 영역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뉴스1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시행된 지난해 6월4일 오전 대구 수성구 황금동 경북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이 귀에 귀마개를 꽂고 1교시 국어 영역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뉴스1

학습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고3을 위한 조치로 수능 난이도를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물수능은 재학생에게, 불수능은 졸업생에게 유리하다'는 통설에 기반을 둔 주장이다.

실제 졸업생과 재학생의 수능 점수(언어,수학 표준점수) 격차는 2018학년도 9.4점이었지만, '불수능'으로 불린 2019학년도에는 10.4점으로 커졌다. 올해는 등교 연기로 점수차가 더 커질 우려가 있어 난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7-2019학년도 영역별 표준점수의 평균 변화와 재학생, 졸업생 점수 차이. [유웨이 평가연구소 제공]

2017-2019학년도 영역별 표준점수의 평균 변화와 재학생, 졸업생 점수 차이. [유웨이 평가연구소 제공]

하지만 난이도 조절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교육계 관계자는 "고3한테 유리하게 하자고 수능 난이도를 조정하는 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난도가 떨어지면 변별력도 떨어지는 데, 이 경우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기 어렵게 돼 입시 전반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도 인위적인 난이도 조절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지난 14일 박 차관은 “재수생 중에 중상·중간층이 있기 때문에 난도를 낮춰 쉽게 출제한다고 해서 꼭 현재 고3이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비교과 축소, 가능성 높지만, 실효성 의문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모습. 뉴스1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모습. 뉴스1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고3 1학기의 '비교과 반영 비율 축소'가 거론된다. 현재 고3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활동이 어려워져 이번 학기 동아리·봉사 활동 등을 제대로 못한 상태다. 반면 졸업생은 지난해 정상적으로 생활지도기록부가 작성된 상태다. 때문에 수시에서 고1 1학기의 비교과 반영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실효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조효완 광운대 입학전형전담 교수는 "학종은 원래 재학생이 중심인 전형이기 때문에 비중을 바꿔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대학도 올해 고3 수험생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강제하지 않아도 이를 고려해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연기, 비교과 영역 축소 등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 등이 대입 수험생의 혼란만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등교도 했기 때문에 이제는 입시 일정과 제도가 확정되어야 한다"면서 "만약 비상 상황이 생기면 그때 대책이 나와야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식으로 던지는 건 학생과 부모의 불안감만 키운다"고 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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