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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생은 신청 안된다고?”“청주페이가 뭐여?” 곳곳 승강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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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현장신청 첫날인 18일 대구시 진천동 행정복지 센터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과 선불카드는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신용·체크카드 충전은 카드사와 연계된 은행 창구에서 신청할 수 있다. [뉴스1]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현장신청 첫날인 18일 대구시 진천동 행정복지 센터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과 선불카드는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신용·체크카드 충전은 카드사와 연계된 은행 창구에서 신청할 수 있다. [뉴스1]

“우리 식구는 넷인데 왜 셋만 줘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의 현장 접수를 시작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동 주민센터. 한 노인이 주민센터 공무원에게 항의했다. 주민등록이 된 가족은 네 명인데 이 중 세 명만 인정해 재난지원금으로 8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다. 담당 직원은 “자녀가 해외유학 중인 경우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가구원 수에서 빼는 것”이라고 한참 설명해야 했다. 이날 이곳에서 재난지원금을 신청한 사람은 160여 명이었다. 이 주민센터 관계자는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이가 많이 온다.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이 본인이 생각한 것과 다른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접수 첫날 #주민센터·은행에 고령자들 몰려 #일부는 5부제 순번 아니라 허탕 #“현금으로 달라” 따지는 사람도

이날 오전 신한은행 서울 을지로3가점을 방문한 장효준(76)씨는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번 주 금융회사 창구에서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때는 주민센터와 마찬가지로 요일별 5부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장씨는 1944년생이어서 목요일에 재난지원금 신청이 가능하다. 월요일인 18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1이나 6인 경우만 신청을 받았다. 이날 같은 지점을 찾은 최은희(57)씨도 “5부제로 신청을 받는 줄 몰랐다. 잘못 찾아와 허탕을 쳤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 영업점에선 고객용 컴퓨터를 활용해 온라인 신청을 도왔다. 온라인 신청은 지난주만 5부제를 적용했기 때문에 이번 주는 출생연도에 상관없이 할 수 있다. 국민은행 서울 청계점을 찾은 윤재윤(63)씨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3분 만에 고객용 컴퓨터로 재난지원금을 신청했다. 윤씨는 “근처에서 사업을 하는데 팩스가 고장 나 재난지원금으로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전체 지급 대상(2171만 가구)의 65.7%인 1426만 가구가 재난지원금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전체 예산(14조2448억원)의 62.6%인 8조9122억원이다.

18일 오후 서울 회현동 주민센터에선 별도 대기실을 마련해 시민들의 신청서 작성을 도왔다. 회현동에 사는 조모(55)씨는 “인터넷(신청) 이런 거 하나도 모른다. 그냥 편하게 주민센터에 왔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쪽방촌이 몰려 있는 곳이라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이 많이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금으로 안 주느냐고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도 있다”며 “동네 가게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사는 게 익숙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전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던 한 민원인은 “지역화폐를 신청하려고 하는데 세대주인 남편이 직접 와야 한다고 해 신청을 못 했다”고 말했다. 대전에선 재난지원금을 현장 신청하면 지역화폐(온통대전)와 선불카드 두 가지로 지급한다. 지역화폐는 은행 창구에서만 받을 수 있다. 한 80대 노인은 “우리 같은 사람에게 카드를 주면 잘 사용하지 못한다. 만원권 같은 종류로 줘야 어디 가서라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는 청주페이(청주사랑상품권)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날 오전 청주시 성안동 주민센터에는 100여 명의 신청자가 방문했다. 주민센터 2층에서 접수요건 검사, 신청서 작성, 카드 발급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 한 노인은 “청주페이가 뭐여. 어디다 체크하면 되는 겨”라고 묻기도 했다. 주민 안모(64)씨는 “두 달째 집에서 쉬고 있다”며 “자식들에게 받는 용돈으로 근근이 버텨왔는데 재난지원금으로 장도 보고 음식도 사 먹고 싶다”고 말했다.

윤상언·김현예·성지원 기자,
대전·청주=신진호· 최종권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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