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모레 등교…학년별 최소 접촉, 격주·격일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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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고3이 20일 첫 등교를 앞둔 가운데, 교육부가 학생 접촉을 줄이기 위해 학교 여건에 따라 학년별 격주제·격일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교육부 “예정대로 순차 등교”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각에서는 “등교를 더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교육부는 예정대로 등교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태원 사태로 인한 교직원·학생 감염자가 적고, 코로나19 종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등교를 계속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교 3학년 등교수업 대비 학생 분산 방안’을 발표했다. 박 차관은 “질병관리본부·전문가들과 협의한 결과 코로나19의 종식이 불확실하고 가을에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등교수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보다 방역 조치를 철저히 하면서 개시해야 한다고 봤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이어 “고3은 사회에 진출하거나 상급학교로 진학을 준비하는 마지막 단계”라며 “취업을 위해 자격증 취득 여부가 중요한 특성화고 학생이나 각종 대회 실적이 필요한 예술·체육 분야 학생은 학교 지도가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 반 2개 교실로 나눠 온·오프라인 수업 병행…과밀학급, 과학실·음악실 활용

이에 따라 20일 고3에 이어 고2·중3·초1∼2·유치원생은 27일, 고1·중2·초3∼4학년은 6월 3일, 중1과 초5∼6학년은 6월 8일 순차적으로 등교한다. 등교 후 학교는 학교 내 밀집도와 학생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학사운영을 할 수 있다. 시·도교육청은 지역 상황을 고려한 등교수업 운영계획을 수립했다. 예컨대 학년별 격주제·격일제를 통해 고3 학생들이 등교하면 고2는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분산한다.

교육부는 학교 내에서 미러링 수업을 진행하는 방안도 대책으로 내놨다. 한 반을 두 개 교실로 나눠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또 학급별 책상 배치를 시험 대형으로 하고, 30명이 넘는 과밀학급은 과학실·음악실 등 특별실을 활용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예정대로 등교수업을 진행하는 데는 이태원 클럽으로 인한 학교 구성원의 감염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이태원 클럽 방문 학교 구성원 51명은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태원 관련 확진자와 접촉해 검사를 받은 학생·교직원 중에선 인천 학원강사와 접촉한 학생 10명을 제외하고 모두(226명) 음성 판정을 받았다.

클럽발 전체 확진자도 잦아드는 모양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전날보다 13명 늘어 이틀째 10명대를 유지했다. 지역 감염 사례는 6명인데 이 가운데 클럽 관련 환자가 5명이다. 이태원 관련 누적 확진자는 168명이다. 4차 전파 사례는 서울구치소 교도관을 포함해 2건으로 늘었다. 관악 별별코인노래방에서 감염된 강서구 20대 남성의 직장 동료(43·여)와 그의 딸(18)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하지만 등교를 우려하는 교사·학부모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등교 연기 청원은 17일 기준 20만명이 넘는 추천을 받았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대입보다 중요한 건 학생들의 안전인데, 왜 등교를 강행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민희·이태윤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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