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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거짓말·검사거부땐 처벌···"되레 자진신고 숨을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8일 오후 임시 휴업에 동참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 유흥시설 준수사항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8일 오후 임시 휴업에 동참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 유흥시설 준수사항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클럽을 시작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빠르게 퍼지자 지자체를 중심으로 검사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벌금이나 처벌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일주일여 만에 관련 누적 확진자 수는 130명을 넘었다.

14일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 반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이태원 클럽 관련) 접촉자를 찾고 있다”며 “지자체별로 조금 상황은 다르지만, 진단검사 행정명령이 나간 곳들이 있다. 명령을 받고도 진단검사를 받지 않으면 200만원 정도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집단감염이 발생한 클럽과 주점 5곳 방문자에 대해 검사 이행 명령을 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코로나19 검사는 권고가 아닌 의무다”며 “만약 검사를 받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청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천 지역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가운데 확진자가 다닌 인천시 미추홀구 세움학원의 14일 오후 모습. [뉴스1]

인천 지역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가운데 확진자가 다닌 인천시 미추홀구 세움학원의 14일 오후 모습. [뉴스1]

인천시도 초기 역학조사에서 직업을 ‘무직’이라고 속인 학원 강사 102번 확진자를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염병 신고를 거부하거나 거짓 신고하면 처벌이 가능하다.

해당 법률 18조를 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고의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 등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가짜 번호도 처벌?”…현실적으로 어려워

클럽 등 유흥업소 출입 시 ‘가짜 번호’를 적은 사람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방문자 5517명 가운데 2500명 정도(13일 오후 기준)가 연락되지 않는다고 한다. 용산구 관계자는 “아예 결번인 경우도 있고 받았는데 본인 번호가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9일 오후 11시,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헌팅 포차 앞에서 약 30여명이 입장을 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서울시는 이날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유흥시설을 대상으로 무기한 집합금지명령을 내렸지만, 헌팅포차는 춤 허용업소 에 해당하지 않아 규제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우림 기자

9일 오후 11시,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헌팅 포차 앞에서 약 30여명이 입장을 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서울시는 이날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유흥시설을 대상으로 무기한 집합금지명령을 내렸지만, 헌팅포차는 춤 허용업소 에 해당하지 않아 규제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우림 기자

하지만 이들 모두를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의료사건을 주로 다뤄온 신현호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은 “처벌하기 위해서는 업무방해 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벌의 대상을 코로나19 확진자로 한정하지 않으면 시민 절대다수가 범죄자가 될 위험도 있다”며 “가짜 번호를 적은 모든 사람이 다 확진자는 아니고 무조건 진짜 번호를 적으라고 국가가 강요하면 개인의 자유권 침해 문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처벌, 방역에 도움될까?

확진자나 의심 환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방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준용 세브란스 감염내과 교수 “혐오와 차별이 문제가 되는 상황인 만큼 처벌이 낙인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도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아야 하는 노력도 분명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처벌 자체보다 과정에서 있을 개인정보 노출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처벌이 감염병 예방에 어떠한 효과가 있을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며 “다만  일련의 과정에서 확진자의 직업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건 원칙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검사 시행 후 검사 급증 

오히려 처벌이 자진신고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익명 검사를 도입한 후 검사 건수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용산구 보건소 방역 관계자들이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 '메이드'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용산구 보건소 방역 관계자들이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 '메이드'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일(신고 및 검사일 기준) 4606건이었던 코로나19 진단검사 건수는 서울시에서 전화번호만 확인하는 익명검사를 실시한 11일 하루 1만2398건으로 2.7배 늘었다. 12일 1만5030건으로 늘어난 진단검사 건수는 익명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한 13일에는 1만5564건이 됐다.

군 당국도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나오자 “자진신고 할 경우 처벌하지 않겠다”며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태원 인근 유흥 시설을 이용한 장병의 자진신고를 받았다. 그 결과 49명이 스스로 신고했다. 신고 기간은 지난 10일 종료됐고 군은 신고하지 않았는데 적발될 경우는 가중처벌할 예정이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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