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틀째 전공의 파업 등 혼란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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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 이틀째인 2일 곳곳에서 전공의 파업과 의사들의 분업 방해 등으로 혼란이 이어졌다.

또 의약분업에 대비를 해온 대학ㆍ종합병원과 인근 대형 약국들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나 상대적으로 준비에 소홀했던 동네 병.의원과 약국들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약분업의 번거로운 절차를 탓하면서도 `의약분업이 대세´라는 점을 인정하고 병원에서 발급해준 원외처방전을 들고 묵묵히 약국을 찾는 모습이었다.

◆ 대학ㆍ종합병원 = 삼성서울병원, 신촌 세브란스병원 등 상당수 종합병원에서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진료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이날 서울대병원도 비상총회를 거쳐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응급실ㆍ중환자실ㆍ분만실을 제외하고는 파업에 들어가 수술 건수가 3분의 1로 줄었으며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내과의 경우 전임강사들도 일반진료 환자를 받지 않았다.

서울대병원도 전공의 파업에 따라 평소 80∼90건의 수술 일정을 조정해 이날 31건으로 줄였다.

한양대병원 등에서는 의사들이 손수 처방전을 기록하고 수납처에는 이를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하느라 환자들이 처방전을 접수하고 받는데 2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 불편을 겪었다.

◆ 동네 병.의원 = 전날과 마찬가지로 동네 병.의원 상당수가 휴가 등을 이유로 폐업 또는 휴진상태로 진료를 하지 않았다.

또 일부 동네 병.의원은 아예 원외처방전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았으며 발급조차하지 않기도 하는 등 의약분업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성부구와 관악구의 경우 동네 병.의원 211곳, 214곳 중에서 각각 절반이 넘는 127곳, 122곳이 문을 닫았고 중구는 164곳 가운데 14곳, 용산구는 107곳 중 34곳이 환자를 받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의사들은 약품명 대신 코드번호를 적거나 6.70년대 약품을 처방하고, 글씨를 흘려써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등 의약분업을 방해하는 악의적인 처방전 발급도 속출했다.

◆ 약국 =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약국거리´에 몰려있는 대형 약국들은 이날 오전부터 약을 구하러 온 환자들로 만원이었다.

특히 소규모 약국에서는 제약회사들이 휴가를 맞아 공급을 줄인 데다 공급도 대형약국 위주로 이뤄져 약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학ㆍ종합병원 인근 대형약국들은 환자 수가 급증한 반면 동네 소규모 약국들은 환자들이 급감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고대 안암병원 앞 J약국의 경우 의약분업 시행 첫날인 1일 평소의 2배가 넘는 3백80여명으로 늘어났지만 평소 고객 수가 30∼40명에 이르던 S약국(서울 성북구 삼선동) 은 3명밖에 찾지 않았다.

◆ 환자 = 환자들 대부분은 의약분업 절차의 번거로움을 지적하면서도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한 의약분업 취지에는 공감을 표시하며 약국을 찾았다.

위궤양으로 이대 목동병원을 찾은 정동수(31) 씨는 "의약분업으로 환자들이 무더위 속에 약국을 찾아 다녀야 해 고생"이라며 "의약품 택배시스템 등을 활성화하고 약의 처방.조제 과정에 대한 완전 전산화로 불편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갑(52) 씨는 "약국이 24시간 영업을 한다고 해놓고 자정께 문을 닫아서 응급실 외래환자들이 약을 찾을 경우 도리가 없다"면서 "심야 응급환자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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