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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전문가의 경고 "고양이가 '조용한 중간 숙주' 될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회룡역 인근 야채가게에 고양이 한마리가 따뜻한 햇살아래 잠을 청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회룡역 인근 야채가게에 고양이 한마리가 따뜻한 햇살아래 잠을 청하고 있다. 뉴스1

고양이가 사람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옮기는 '조용한 중간 숙주'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 위스콘신대와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도쿄대 등에 소속된 전문가들은 13일(현지 시각) 의학 학술지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기고한 글을 통해 고양이에 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집고양이 3마리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코·입·기관·눈 등에 접종했다.
하루가 지난 뒤 접종한 고양이 한 마리마다 바이러스를 접종하지 않은 고양이 한 마리씩 붙여 같이 지내도록 했다.

연구팀은 하루 뒤부터 접종한 고양이의 코와 항문에서 바이러스를 채취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코에서 1~2일 뒤부터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5~6일 뒤까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항문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또, 같이 지내기 시작한 2~5일 후부터는 접종하지 않은 고양이에서도 바이러스 검출됐고, 같이 지내기 시작한 8일 후까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연구팀은 실험에 사용한 고양이 3쌍 모두 체온·체중 변화가 거의 없었고, 결막염 같은 특별한 증상은 나타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그동안 사람이 집고양이와 동물원 호랑이·사자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으로 보고됐는데, 이번 실험 결과를 고려하면 집고양이 사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특히 "도시 이동 봉쇄 상황에서 고양이가 가족 내 전파를 매개할 우려가 있다"며 "주인이 알아챌 정도의 증상은 나타내지 않을 수도 있어 고양이가 '조용한 중간 숙주'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사람-고양이-사람과 같은 전파 고리를 끊음으로써 코로나19 대유행을 막으려면 고양이로부터 사람에 대한 전파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이 같은 전파 고리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 수의사가 지난 3월 고양이에게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 수의사가 지난 3월 고양이에게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한편, 중국 우한시 우한대학 중난병원 연구진 등은 최근 국제 학술지 '여행 의료와 감염병(Travel medicine and infectious disease)'에 기고한 글에서 "반려동물에서 사람으로 코로나19가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검사와 격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감염 위험이 큰 곳으로 반려동물을 데려가지 말아야 하고, 만일 데려갔다면 검사할 것 ▶주인이 감염됐다면 동물도 검사하고 격리할 것 ▶주인이 코로나19에서 회복·퇴원한 경우 재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검사하고 격리할 것 등을 권고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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