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6000발분 쌓여있는데…플루토늄 또 추출하겠다는 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전날 아오모리(靑森)현 롯카쇼무라(六ヶ所村)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에 대한 안전 대책 심사에서 사실상의 합격 판정을 내린 걸 두고 14일 일본 언론에서 “재처리 공장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핵연료재처리공장 안전 '합격' 판정에 #日언론 "재처리 공장 과연 필요한가" #플루토늄 추출해 연료로 재활용해도 #해당 연료 사용 원전은 4기에 불과 #플루토늄 비축 줄이려 공장 놀릴 판

롯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이 안전심사에서 사실상 합격 판정을 받은 건 1993년 착공한 지 무려 27년 만이다. 당초 1997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며 2006년에야 최종 시운전을 시작했다.

일본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의 핵연료재처리 공장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의 핵연료재처리 공장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핵연료 관련 시설에 대한 안전심사 기준이 엄격해졌고, 이에 따라 2014년 1월부터 무려 6년 4개월에 걸쳐 안전 심사를 받았다.

재처리는 일본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핵연료 사이클’정책의 핵심이다. 원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로부터 원자력 발전에 재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이를 혼합산화물(MOX) 연료로 다시 가공해 원전에 재투입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문제는 MOX연료를 사용하는 원전이 4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추출해 MOX연료를 만들어봐야 쓸 곳이 없는데 왜 방사능 유출 등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재처리 공장을 가동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쌓여가는 플루토늄도 고민이다. 핵무기 비보유국 중 유일하게 재처리를 인정받고 있는 일본은 현재 '원자폭탄 6000발에 상당하는'(아사히 신문) 플루토늄 45.7t(톤)을 국내외에 보유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전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특히 미국이 플루토늄 잉여분에 대한 삭감을 요구하자 일본 정부는 2018년 "현재 보유 수준을 넘기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지침을 정했다.

롯카쇼무라의 재처리 공장을 풀가동하면 연간 7t의 플루토늄이 추가로 회수되지만, MOX원료를 사용하는 원전 4기에서의 소비량은 연간 2t에 불과하다. 공장을 풀가동할 경우 5t가량의 플루토늄이 매년 추가로 쌓이게 된다.

따라서 플루토늄 잉여분을 계속 45.7t으로 유지하려면 재처리공장을 풀가동하지 않고 제한적으로 돌려야 한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핵연료재처리를 포기하고 공장을 철거할 경우 롯카쇼무라와 각 지역의 원전에 쌓여있는 사용후핵연료의 보관과 처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래도 저래도 골칫거리인 셈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