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발 '돌봄 공백'… 흔들리는 '노인대국' 일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일 일본 도쿄의 한 벤치에서 마스크를 쓴 남성들이 떨어져 앉아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0일 일본 도쿄의 한 벤치에서 마스크를 쓴 남성들이 떨어져 앉아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일본 사회의 타격이 유난히 큰 건 '노인 대국'이라는 인구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로이터 통신은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로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상당수 노인이 관리를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초고령사회' 일본 670만 명이 '돌봄' 필요 #코로나19로 돌봄 종사자 일손 부족 심각 #"6~7월까지 이어지면 서비스 아예 중단 될 것"

일본은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8.4%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일찍부터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만큼 노인 돌봄도 제도화돼 있다. 가족이 아닌 전담 인력이 맡아 관리한다. 노인 장기요양보험인 '개호(介護)보험'이 2000년 도입됐고, 돌봄 산업도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관련 종사자만 2015년 180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현재 670만 명이 돌봄 서비스 대상이다.

지난 4일 일본 도쿄의 한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개인보호장비를 입고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일본 도쿄의 한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개인보호장비를 입고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음식 놓고 다투는 요양원 노인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돌봄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노인들이 오래된 기저귀를 그대로 차고 있거나 음식을 서로 먹으려 다투는 일본 도쿄의 한 요양시설의 참혹한 실태를 전했다.

이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20대 간병인은 "(인력 부족으로) 모든 게 늦어지고 있다"며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준 사사키 유쇼카이 의료법인 대표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돌봄 산업은 현재 간신히 버티고 있는 정도"라며 "노인들은 조그마한 변화에도 민감해 근무자 한 명만 쉬어도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고 전했다.

◇일손 공백에 외국인 인력 수입도 막혀

이 같은 공백이 발생한 건 돌봄 종사자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거나 자녀를 돌보려 일을 쉬는 바람에 인력 부족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NHK 방송은 지난달 24일 "코로나19 비상사태에 돌봄서비스 업체들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일반 가정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도쿄의 한 거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에 머물라'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한 거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에 머물라'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EPA=연합뉴스]

외국인 노동자가 부족해진 것도 원인이다. 일본은 부족한 돌봄 인력을 외국인으로 채워왔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들의 입국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사카의 돌봄 종사자를 관리 업체 관계자는 로이터에 "4월에 입국하기로 한 외국인들이 아직도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키 야스히로 슈쿠토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8월까지 이 추세가 이어지면 아예 돌봄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