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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진 꺼리는 이태원 클러버들…박원순·원희룡 “사생활 보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 소수자 등이 드나드는 서울 이태원 클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의 근원지 중 한 곳으로 지목되면서 지방자치단체도 비상이 걸렸다. 성 소수자가 ‘아웃팅(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성적 지향이 드러남)’ 당하는 것을 꺼려 자진 신고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1일 라디오에 나와 “제주도에서만 현재 21명이 연휴 기간에 이태원 5개 클럽을 방문했다”며 “그런데 질병관리본부에서 알려온 게 3명뿐이고, 제주도 내에서 자진 신고한 게 18명이다. 자진 신고를 하지 않으면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신원이 밝혀져 가족관계나 친구들한테 충격을 줄까 꺼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일단 신고를 하면 철저히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지사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 [연합뉴스]

실제 이태원발(發) 코로나19 확진자가 성 소수자 클럽을 거쳐 갔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게이 클럽’ ‘이태원 게이’ 등이 주요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당할까 봐 검사를 안 받는 분들이 있다”며 “실제 이걸 우리가 공개적으로 알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클럽발(發) 서울지역 확진자는 51명(11일 오전 10시 기준)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태원동에 갔었다고 이야기하면 그냥 검사해 주겠다. 그러면 본인의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검사할 수가 있다”며 검사를 독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주말 사이 인터넷에서는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 개최 여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첫 행사 이후 매년 5~6월 개최돼 왔다. 매년 1000여명 이상의 성 소수자들이 참가한다. 당초 이번 달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오는 6월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지난 6일 기자설명회에서 6월 개최 예정인 서울 퀴어축제에 대한 대응방침을 묻는 말에 “외부 행사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기준은 만들지 않았다”며 “퀴어축제만 갖고 결정할 일은 아니고, 야외행사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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