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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들 잇따라 '이태원 자백'···'軍의 한수' 이틀만에 통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명 이내의 장병들이 최근 이태원 방문 사실을 군 당국에 자진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이 “자진신고시 징계를 내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지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軍 "이태원 방문 자진신고시 징계 안한다" #"대신 적발시 가중처벌 각오할 것"

국방부 별관에 있는 직할부대인 사이버사령부 소속 하사가 서울 이태원의 클럽에 방문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하사와 병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며 국방부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건물. [뉴스1]

국방부 별관에 있는 직할부대인 사이버사령부 소속 하사가 서울 이태원의 클럽에 방문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하사와 병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며 국방부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건물. [뉴스1]

10일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9일) 전 군에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6일까지 이태원 일대의 시설을 이용한 장병은 반드시 자진신고하라”는 지침을 내린 결과 이날까지 초급 간부와 상근 예비역 수 명이 방문 사실을 털어놨다. 군 당국은 이들을 즉시 격리조치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 아직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국방부는 원래 용인 66번 확진자의 이태원 방문 시점인 지난 2일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를 신고 기준 기간으로 잡았지만 서울시 기준을 참고해 해당 기준 기간을 늘렸다. 만에 하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킹클럽’, ‘트렁크’, ‘퀸’ 외에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장병들도 자진신고 대상에 포함시켰다.

국방부는 장병들의 자진신고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폐쇄적인 공간에서 생활하는 군 특성상 ‘조용한 전파자’가 숨어있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자진신고시 징계하지 않겠다”는 유인책도 꺼내들었다.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6일까지는 병사들의 출타가 제한되고 간부들에 대해선 퇴근 후 숙소 대기 지침이 유지되던 시기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같은 제한 조치가 풀리기 시작한 지난 8일 이전 발생한 일탈 사안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징계가 맞는다”며 “그러나 현 시점에선 선제적 방역 조치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에 ‘자진신고시 무징계’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자진신고하지 않고 적발되는 장병들에 대해선 가중처벌에 나설 계획이다.

공식적으로 이날까지로 규정된 자진신고 기간도 최소한 이번주 중반까지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코로나19 증상이 통상 감염 뒤 약 1주일 내 발현된다는 점이 감안됐다. 지난 6일 이후 1주일 간 추이를 보면서 장병들의 자진신고를 꾸준히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휴가 나온 군 장병들이 10일 오전 서울역 국군장병라운지(TMO)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휴가 나온 군 장병들이 10일 오전 서울역 국군장병라운지(TMO)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이날까지 이태원 클럽발 군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4명으로 집계됐다. 국방부 직할부대 사이버작전사령부(사이버사) 소속 하사가 지난 2일 이태원 클럽에서 감염된 데 이어 같은 부대 소속 동료 하사 1명과 병사 1명이 그와 업무시간에 접촉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육군 직할부대 소속 D 대위도 지난 1일 밤~2일 새벽 친구와 함께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방부는 전 부대 휴가·외출 제한 조치를 다시 실시하는 건 아직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부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휘관 재량으로 출타 제한을 다시 지시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과 수도군단 등 수도권에 위치한 부대의 경우 이날 장병들의 외출을 금지하고, 휴가 중인 인원들에겐 당분간 자가 격리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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