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냐 가정학습이냐, 학부모에 사실상 선택권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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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첫 등교 수업을 앞두고 교육부가 가정학습도 출석으로 인정한다. 교내 감염을 우려하는 학부모에게 사실상 ‘등교 선택권’을 준 셈이다.

교육부 “가정학습도 출석 인정” #시·도별 인정일수 달라 혼선 우려 #“학교 보내기 찜찜했는데 다행” #“많이 빠지면 수업 제대로 되겠나”

교육부는 7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교외 체험학습 사유로 ‘가정학습’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교외 체험학습은 학생이 여행이나 박물관 체험 등 활동을 할 경우 사전 계획서를 내고 담임과 교장의 승인을 받아 출석을 인정받는 제도다. 학습 후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체험학습 인정 기간은 지역·학교마다 다르다. 서울은 1회에 최대 2주(수업일수 10일)까지 가능하다. 연간 한도는 초등의 경우 수업일수의 10%, 중·고교는 학칙으로 정한다. 인천은 연간 1주일, 학기당 7일 등 학교에 따라 다르다. 충남은 초등의 경우 연간 27일, 중·고교는 15일까지 인정한다.

이상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가정학습 인정 기간이 학교별로 너무 차이가 나면 (교육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 지역 교육청은 내부적으로 가정학습 인정 기간을 검토하고 있다. 체험학습일을 연간 22일까지 인정하는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체험학습일 내에서 가정학습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험학습일(최대 7일)이 짧은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17개 시·도 교육청 담당자들의 협의 후에 교육감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등교 선택권’에 대한 학부모의 반응은 엇갈린다. 초등 2학년 딸을 둔 이모(38·서울 은평구)씨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가 찜찜했는데, 가정학습도 가능하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반면에 또 다른 초2 학부모 최모(38·서울 성동구)씨는 “학기 초에 친구도 사귀고 적응도 해야 하니 학교에 가는 게 낫다”며 “맞벌이 부부에게는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가정환경에 따라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장은 “가정 내 돌봄이 가능한 강남 지역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안 보내겠지만 저소득층은 가정학습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그렇지 않아도 등교 후엔 10% 정도가 체험학습을 신청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가정학습을 허용하면서 등교하지 않는 학생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며 “사실상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했다.

등교 수업을 앞두고 학교 방역 지침도 보완됐다. 모든 학생과 교사는 매일 아침 학교에 오기 전 모바일·인터넷을 통해 건강 상태 자가진단 결과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 자가진단 설문은 몸에 열이 있는지, 의심 증상이 있는지, 해외여행이나 자가격리한 가족이 있는지 등을 묻는다. 하나라도 해당 사항이 있으면 등교할 수 없다. 단, 출석은 인정된다.

학교 안에선 점심시간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한다. 에어컨은 창문을 3분의 1 이상 열어둔 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공기청정기는 가동을 자제한다. 중간·기말고사는 학교 판단에 따라 치른다. 시험 범위는 온라인 수업 기간에 학습한 내용도 포함한다. 자가격리 등으로 시험을 못 보면 대체 시험을 치르거나 ‘인정점수’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시험 점수의 80%를 받는 식이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모든 학생과 교직원은 가정으로 돌아가 자가격리해야 한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된다. 유치원도 EBS TV와 놀이꾸러미 등을 활용한 원격수업으로 대체한다. 교육부는 방과 후 학교 강사나 퇴직 교원 등 추가 인력을 학교에 배치해 학생들의 거리 유지나 마스크 착용, 급식실 질서 유지 등의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남윤서·전민희·채혜선 기자, 대전=신진호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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