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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폐업 3일째 ´비상진료´

중앙일보

입력

의료계의 집단폐업 3일째인 22일 전국의 대학.종합병원 등에는 연일 응급환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진료체제가 한계점에 도달했다.

특히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도 이날까지 정부가 의약분업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사퇴서를 내고 23일부터 진료에서 손을 떼기로 해 `진료공백´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이날도 국.공립병원 등에는 평소보다 2배가량 많은 환자들이 몰려 의료진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시내 대형약국에서는 `약 사재기´ 여파로 의약품 품귀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 대학.종합병원 =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에는 늘어난 응급환자를 받기위해 복도에 간이침대를 10여개씩 마련했으나 경미한 환자들까지 응급실을 찾아 응급실 문앞부터 혼잡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에는 치료를 받지못한 환자를 데려가기 위해 인근 병원이 응급차를 대기시켜 놓기도 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은 평소보다 많은 120여명의 환자들이 찾았지만 진료인력이 달려 대기시간이 2∼3시간 이상 길어지면서 환자들이 항의 하기도 했다.

만선신부전증 환자 김형오(44.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씨는 "하루 2회 회진을 제외하고는 필요할 때 의사들을 거의 볼 수 없다"면서 "의사들이 하루빨리 환자곁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성모병원도 응급실 45개 병상이 모두 찼으며 응급실 이용환자 수도 20일 88명에서 21일 114명으로 급증했으나 전문의 5명이 매일 1∼2시간씩만 자고 계속 진료,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교수들도 사퇴준비 = 21일 저녁 정부와 의사협회간 협상이 결렬되고 23일부터 교수들까지 사퇴서를 제출하기로 하는 등 `의료공황´ 사태가 심화될 조짐이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최근 `강경입장을 고수하되, 22일까지 사태를 지켜보다 23일 사직서를 제출하자´고 결정함에 따라 환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더욱이 교수들은 이날중 비상총회를 열 계획이어서 만일 교수들이 이날 사퇴서를 제출할 경우 심각한 `의료대란´이 예상된다.

전임의들이 예외적으로 진료에 참가하고 있는 경희의료원도 전임의와 교수 146명중 전임의 31명 전원이 이날 오후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기로 결의, 응급실과 입원병동 환자들에 대한 진료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간종양으로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정모(46) 씨는 "의사들이 처음보다 활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시간이 갈수록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 국.공립병원 = 대학.종합병원으로부터 `거부´당한 환자들이 몰린 서울 중구을지로 국립의료원은 전문의들이 `체력과의 싸움´을 벌이며 진료에 애를 쓰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계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전공의들이 빠져 의료진이 평소 3분의 1 수준인 60여명이지만 평소 하루 35∼40명선이던 응급환자가 지난 19일 90명, 20일 100명, 21일 116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21일부터 군의관 6명이 긴급 투입됐지만, 외래환자 숫자도 평소보다 50∼70% 가량 늘어 손이 모자라기는 마찬가지다.

이병원 이창준(54) 제3진료부장은 "정부와 의협간 타협이 결렬,내일부터 교수들까지 진료현장을 떠날 경우 더 많은 응급환자들이 몰려올게 뻔하다"면서 "만약 그렇게 될 경우 통제불능의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훈병원 응급실도 현재 응급실장 1명이 상주하고 필요에 따라 각 과 전문의들에게 요청, 진료를 하고 있으며 국립경찰병원도 이날 오전 평소보다 2배 가량 많은 환자들이 응급실에 몰렸으나 인력이 달려 애를 먹고있는 실정이다.

◆ 보건소 = 이날 일선 보건소에는 사흘째 아침 일찍부터 평상시보다 2배 이상많은 환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예방활동에 중점을 둬온 보건소 형편상 일반외과나 소아과 담당 의사가턱없이 부족, 응급환자나 어린이환자들의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폐업 첫날인 지난 20일부터 24시간 비상진료체제에 돌입한 보건소 의사들은 "환자가 너무 많이 몰려 제대로 환자들을 진료하기가 불가능하다"며 `격무´를 호소하고 조속한 시일내 사태가 해결되기를 기원했다.

성동 보건소 장인숙(34.의사) 씨는 "그동안 `웬만하면 참지´하고 버텨왔던 환자들이 한계에 다다른 듯 전날보다 오히려 더 많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노원구보건소 1차 진료의사인 신연교(33) 씨는 "낮에 정상 진료를 하고 밤에는 1차 진료담당 의사 2명이 번갈아 가며 비상대기를 하고 있어 솔직히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며 "의료계 폐업사태가 하루 빨리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의약품 품귀 = 서울 종로5가 `약국거리´ 일대 백제.미래.보령.백화점.청십자 약국 등에서는 지난주에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을 중심으로 한 `약 사재기´로 인해 일부 의약품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노바스크´ `다이아비네스´ 등 고혈압약과 `다오닐´ `비아미크롱´ 등 당뇨병약 등은 공급이 달려 일부 약국에서는 동이 났다.

이에 따라 약국측에서는 이들 약품에 대해 적정 분량만 사가도록 권고하고 약품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약국들은 약품의 수급전망에 대해 "수요가 워낙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모든 약품이 부족한 형편"이라면서 "지금은 500알까지 팔기도 어렵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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