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성폭력상담소 “허위사실 유포한 통합당 고발” 맞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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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오후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가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가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야당과 시민단체의 소송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부산성폭력상담소(성폭력상담소)를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했다며 고발하자 성폭력상담소는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통합당 6일 비밀엄수 위반으로 상담소 고발 #상담소 하루만에 법적 대응 시사…소송 비화 #오거돈 14일째 잠적…경찰 수사 진전 없어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한 미래통합당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통합당의 정치공세와 허위사실 유포가 도를 넘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정도”라며 “구체적인 대응 계획은 조만간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래통합당 진상조사단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지난 6일 성폭력상담소를 비밀 엄수 의무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곽 의원은 “성폭력상담소에 종사하는 사람은 피해 사실에 대한 비밀 엄수 의무가 있다”며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오 전 시장의 정책보좌관을 통해 사실 확인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부산성폭력상담소와 부산시장 정무 라인 관계자가 만나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피해 여성을 회유하려고 작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곽 의원실 관계자는 “법에 규정된 성폭력상담소의 역할은 수사·의료·법률 지원이다”며 “가해자에게 상담내용을 알려준데다 사퇴 시기에 관여하고 공증을 알선한 것 등은 역할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 의원실은 부산시를 통해 성폭력상담소에 자문위원 명단과 역대 연구소장, 부산시 감사내용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성폭력상담소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줄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요구에 따라 합의를 진행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피해자가 오 전 시장의 사퇴 시점을 4월 말 내로 해달라고 했다”며 “4월을 넘기지 않는다면 4월 중 언제든지 사퇴를 해도 된다는 의미다. 오 전 시장 측에서 총선 이후로 사퇴 시점을 제안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폭력상담소가 미래통합당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곽 의원은 “성폭력상담소는 법적 대응 운운하기 전에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며 “성폭력상담소는 정치 중립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곳이지 더불어민주당을 보호하는 곳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미래통합당 '더불어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 단장 곽상도 의원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직원 성추행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더불어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 단장 곽상도 의원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직원 성추행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6일 미래통합당 진상조사단은 성폭력상담소뿐 아니라 오 전 시장과 부산시청·청와대 관계자도 공직선거법 위반, 강제추행, 성폭력 처벌특례법 위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 또는 수사 의뢰했다.

 이날 미래통합당 부산지역 당선인들은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일째 잠적한 오 전 시장은) 부산시정을 책임진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의 무책임하다”며 “당장 제대로 수사받고 한 점 의혹 없는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오 전 시장과 함께 잠적한 정무직 인사를 겨냥해 “성추행 사건을 방조한 혐의를 의심받고 있는 정무라인과 나머지 관계자도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에 대해 김미애 당선인은 “피해자가 사퇴 기자회견 날 입장문을 통해 ‘잘못한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이미 밝혔다”며 “피해자 조사 없이 당장 오 전 시장을 소환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를 맡은 부산경찰청은 피해자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바람에 수사는 진척이 없다.

미래통합당 부산지역 국회의원 당선인과 시의원 등이 지난 6일 부산시청 로비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미래통합당 부산지역 국회의원 당선인과 시의원 등이 지난 6일 부산시청 로비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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