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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꿨는데 3시간 10만원 이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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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모씨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대부 광고 사이트의 실시간 상담 코너에 접속해 문의 글을 올렸다. 5분 뒤 한 대부업자가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주일 뒤 원리금 80만원을 갚는 조건으로 50만원을 즉시 빌려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이 조건대로라면 김씨에게 적용한 이자율은 일주일에 60%, 연이율로 환산하면 3128%에 달한다. 대부업법이 정한 최고 이자율은 연 24%다. 당장 돈이 급했던 김씨는 이 조건을 받아들여 50만원을 빌렸다.

작년 불법사금융 11만5622건 신고 #법정이율 초과 등 214건 수사의뢰 #“고수익 암호화폐” 투자 권유 늘어

김씨는 일주일 뒤 80만원을 갚지 못했다. 대부업자는 김씨에게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50만원의 수수료(연 5214%)를 내고 일주일 연장하거나 3시간당 10만원의 연체이자(연 5만8400%)를 내라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50만원을 내고 기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여전히 원리금을 갚지 못했다. 대부업자는 김씨 가족과 지인에게 전화해 욕설과 협박으로 빚 독촉을 했다. 알고 보니 이 업자는 정식으로 등록한 대부업자가 아니었다.

불법 사금융 피해 유형

불법 사금융 피해 유형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과 신고가 11만5622건이었다고 6일 밝혔다. 하루 평균 466건이다. 1년 전보다는 7.6% 줄었다. 가장 많은 유형은 불법 사금융 전반에 대한 단순 상담(7만7700건)이었고 다음은 보이스피싱 관련 상담과 신고(3만2454건)였다.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과 신고는 총 4986건이었다. 이중에선 미등록 대부업체 관련이 절반가량(49.4%)을 차지했고 다음은 불법 대부 광고(29.1%)와 고금리 피해 상담(11.4%)의 순이었다.

금감원은 범죄 혐의가 드러난 214건에 대해 검찰·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부업자가 법정 최고 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나 불법 중개 수수료를 받은 경우다. 불법으로 빚 독촉을 한 경우도 포함됐다. 금감원은 피해 신고 225건에 대해선 법률구조공단의 상담 서비스를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정 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이미 지급했다면 대부업자에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며 “돈을 빌릴 때 계약서와 원리금 상환명세서, 녹취록 등을 관리하면 향후 분쟁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를 사칭해 대환대출을 제안하는 사기 행위가 많아졌다. 대환대출은 기존 대출의 연체금을 갚기 위해 새로운 대출을 받는 것이다. 일부 대부업자는 돈이 급한 사람에게 대환대출을 신청하도록 한 뒤 대출심사가 거절됐다며 자동차 담보대출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 경우 중고차 구매를 유도하거나 대출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기도 한다.

암호화폐나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으로 포장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금을 모으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초기에는 투자 명목으로 받은 돈의 일부를 수익금으로 돌려줬다가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금감원은 돈을 빌리거나 투자할 경우 먼저 정식으로 등록한 금융회사나 대부업체인지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만일 불법 사금융으로 피해를 봤다면 금감원 피해 신고센터에 신고하거나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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