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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바짝 차리고 일만 했다" 황금연휴가 무서웠던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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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린이날인 5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이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어린이날인 5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이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며 황금연휴 기간(4월 30일~5월 5일) 곳곳에서 모처럼 인파가 북적였다. 5일 서울 용산역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37)씨는 “연휴 동안 코로나를 완전히 잊은 채 친구들과 여행도 다녀오고, 재밌게 놀고 푹 쉬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와 달리, 황금연휴 때 평소보다 더 많이 일한 사람들이 있다.

가정의달·어린이날 손님들 발길 #“연휴 내내 영업, 알바까지 고용” #한정식집도 “설거지 쌓이니 감사” #의료진은 대면접촉 늘어 조바심

의료진 "황금연휴가 무서웠다" 

널스노트 대표이자 간호사인 오성훈씨가 제작한 웹툰. 황금연휴 기간에도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성훈 간호사 제공

널스노트 대표이자 간호사인 오성훈씨가 제작한 웹툰. 황금연휴 기간에도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성훈 간호사 제공

‘코로나 최전선’에서 싸웠던 의료진들은 “황금연휴가 오는 게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남소희씨는 지난 1월 설 명절 이후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번 황금연휴도 마찬가지였다. 남 간호사는 “코로나 확산이 주춤하긴 하지만, 황금연휴 때 사람들 간 접촉이 많은 만큼 항상 ‘코로나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널스노트 대표이자 간호사인 오성훈씨는 황금연휴 동안 의료진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일반인을 위한 ‘코로나 웹툰’을 제작했다. 오 간호사는 “모든 전염병이 그렇듯이 코로나도 2차 유행이 오면 정말 위험하다”며 “방심하고 있을 때 큰일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경각심 웹툰을 그리고 의료진을 위한 코로나 대응 매뉴얼 앱을 제작하느라 황금연휴를 더 바쁘게 보냈다”고 말했다.

공항·터미널 "정말 오랜만에 이용객 북적" 

5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도착 출구에 많은 여행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도착 출구에 많은 여행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황금연휴가 무서웠던 건 의료진뿐만이 아니었다. 공항과 항공사, 시외버스 터미널 직원들도 ‘밀려드는 이용객’에 연휴에 평소보다 훨씬 더 바쁘게 근무했다.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만난 한 직원은 “오늘 하루 응대한 고객이 올해 초부터 응대한 고객 수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느낌”이라며 “그동안은 공항이 아니라 폐쇄된 공장에 출근하는 느낌이었는데, 황금연휴 기간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저녁 시외버스에서 내리는 승객의 체온을 하나하나 체크하던 터미널 직원도 “불과 지난달만 해도 오전 10시나 오후 7시 등 ‘프라임 시간’에도 한 버스에 손님이 2~3명 타고 때가 많았다”며 “연휴 기간에는 버스마다 손님이 가득 차 있어서 체온 체크하느라 이쪽저쪽 게이트를 계속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일할 수 있어 행복"  

5일 서울 용산역의 한 장난감 가게에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몰려 있다. 이후연 기자

5일 서울 용산역의 한 장난감 가게에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몰려 있다. 이후연 기자

반면 황금연휴가 고마웠던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문 닫을 위기까지 몰렸던 자영업자들은 “손님들이 늘어서 드디어 살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다미씨는 “올해 초 입학식, 졸업식이 모두 취소되면서 매출이 ‘0원’인 날이 부지기수였다”며 “하지만 코로나가 좀 주춤하고, 가정의 달이 다가오며 손님들이 오기 시작해 이번 연휴에는 하루도 문을 닫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심지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도 “황금연휴 때 드디어 웃음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올해 들어 정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코로나가 계속돼 이번 어린이날까지도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정말 밤잠을 설칠 정도로 걱정했다”고 토로했다. 한 장난감 가게 직원 김모(24)씨는 “그동안 사실 손님이 없어 편하게 일했다”며 “연휴 기간 동안 그간 쉰 거 한꺼번에 일하는 느낌인데, 그래서 오히려 마음은 더 편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의 한 한정식집 운영자 박모씨도 황금연휴를 정신없이 보냈다. 코로나19 때문에 손님들이 다 사라졌는데 이번 연휴 때 드디어 가족 단위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4일 점심에는 구석에 있던 대기표 기계를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설거짓거리가 쌓이는 걸 보는데,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다”며 웃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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