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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노동자가 사회 주류” 발언에 해석 엇갈리는 재계

중앙일보

입력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 사진 청와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주류” 발언이 재계에서 연휴 기간 화제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근로자의 날(1일) 아침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제 130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았습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이며, 주류로서 모든 삶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돼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천 화재 참사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과 등을 언급한 뒤 나온 말이다.

‘노동자는 주류’ 발언에 대한 해석은 크게 둘로 갈린다. ‘4.15 총선 승리 분위기를 이어가 투쟁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메시지라는 해석, 그 반대로 ‘주류답게 온건한 노동 운동 기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노동계에 주문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경영자 단체는 노동계가 메시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어떤 뜻으로 한 말씀인지를 떠나서 노동계가 이를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과격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게 위험 요소”라며 “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환경에 악재가 더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도 “근로자의 날에 발표한 대통령 메시지니 당연히 친노동으로 해석되는게 맞지 않겠느냐”며 “경영계 입장에선 계속 불리한 정책이 이어지는 상황이고, 이번 메시지 역시 그 흐름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한국노총 정책협약 속도 낼 듯"
전경련과 경총은 이번 문 대통령 메시지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기간 한국노총과 맺은 정책협약 추진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거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10일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부문 5대 비전ㆍ20대 공동약속’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정리해고 요건 강화 ▶사업 이전 시 고용 승계 제도화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의 SNS 노동절 메시지. 사진 페이스북 캡처

문 대통령의 SNS 노동절 메시지. 사진 페이스북 캡처

반면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에 양보와 타협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류라 함은 요구보다 양보를 먼저 해야 하는 집단”이라며 “현재 민주노총이 거부하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등을 대통령이 요구한 것으로, 기업 입장에선 불리한 메시지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경사노위를 통해 경제ㆍ사회 정책 협의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자본의 이익에 기초한 노동현안 문제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우리더러 양보하라는 거 아닌가"
민주노총에서도 “대통령이 우리에게 양보를 요구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자를 주류로 치켜세워주는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속내는 ‘이제 정부 정책에 협조하라’는 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등 노동 약자를 위한 대안을 정부가 먼저 제시하면서 협조하자고 얘기하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이를 제시하지는 않고 보호받는 노동자의 사례만 강조하며 민주노총 자체를 기득권으로 몰고 가는 정부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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