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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서 동생 잃은 생존자 "지하 창고선 불날만한 작업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뉴스1

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뉴스1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가운데 불길이 일었다고 알려진 지하 2층 냉동창고에서는 용접 등 화기 작업이 전혀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하 2층 냉동창고선 화기작업 無

이천 모가면 물류창고 지하 2층 냉동창고에서 일했던 인부 양모씨는 건조된 우레탄폼 위에 강판을 대는 작업에선 화기 작업이 아닌 전동 드릴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양씨가 다른 현장에서 작업했던 사진이다. [양모씨 제공]

이천 모가면 물류창고 지하 2층 냉동창고에서 일했던 인부 양모씨는 건조된 우레탄폼 위에 강판을 대는 작업에선 화기 작업이 아닌 전동 드릴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양씨가 다른 현장에서 작업했던 사진이다. [양모씨 제공]

화재 당시 지하 2층 냉동창고에서 작업 중이었다는 민모(59)씨는 “지하 2층 냉동창고 문밖에서 펑 소리가 났고 출입문 위에서부터 불길이 타고 내려와 탈출이 어려웠다”고 했다. 민씨는 “냉동창고 안에서는 화재 위험이 있는 도장 작업이나 페인트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하 2층 냉동창고 밖에 있던 화물용 엘리베이터 작업장이나 지하 1층 작업장에서 불길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같은 작업장에서 일했던 이모(59)씨 역시 “냉동창고 안 우레탄폼 작업은 이미 15일 전에 마쳤다. 화재 현장 당일에는 건조된 우레탄폼 위에 강판을 대는 작업만 했다”면서 “전기드릴을 사용하기 때문에 용접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화재 연기에 코앞에 있던 동생 놓쳐

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등 정부 합동감식반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등 정부 합동감식반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씨는 화재를 목격한 후 곧장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끄려고 했으나 불길이 너무 빨리 번져 오히려 탈출 시간을 놓쳤다고 했다. 그는 이번 화재로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던 친동생을 잃었다. 민씨는 “동생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놓쳤다. 시야가 순식간에 시꺼멓게 변해 아무것도 안 보였다”고 했다.

민씨는 말하는 도중 계속해서 기침을 했다. 불구덩이를 뛰쳐나오면서 연기를 흡입해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지만 동생의 신원 확인을 위해 모가 실내체육관을 지켰다. 민씨는 “병원에 누워있으면 뭐하냐”며 “DNA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현장 인부들은 건물 2층에서 피해가 커진 이유와 관련해선 “2층에 사무실 동이 있었는데 작업량이 많았다”고 했다. 이씨는 “준공 기한을 맞추려고 작업이 몰린 상태였고 2층 사무동에는 시공사 건우가 요청한 도장 작업 등이 이뤄지고 있던 거로 안다”고 했다.

운명 엇갈린 父子…아들 사망

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등 정부 합동감식반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등 정부 합동감식반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화재에선 함께 사고 현장에서 일하다가 운명이 엇갈린 이들의 사연도 이어졌다. 옆 동에서 일하던 50대 김모씨는 화재 당일 아는 동생의 소개로 첫 출근을 했다가 현장을 목격했다. 김씨는 “동생하고 오후 1시까지 커피를 마시다가 헤어졌는데 불과 십여분 사이에 사고가 났다”면서 “불난 것을 확인하고 갔을 때는 이미 찾을 수가 없었다. 화염이 세서 진입을 전혀 못 할 정도”라고 했다.

앞서 부자(父子)가 함께 일하다가 화재를 당했다며 조카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던 조모(54)씨는 조카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필리핀에 머무는 일부 가족들이 한국에 돌아오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한국에 들어올 경우 2주 동안 자가격리를 받아야 해서 장례식에 참석이 어려워서다. 조씨는 “사고대책본부에 협조를 구해 필리핀 마닐라 영사관에서 ‘자가격리 면제’ 증명서를 받게 해준다고 했다. 다만 직계 가족의 경우만 가능하다고 해서 사망자의 사촌 동생은 못오고 친형만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이천=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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