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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무료급식 200만끼, 대재난 때마다 ‘밥 짓는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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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코로나 영웅 25인’에 선정된 호세 안드레스가 지난달말 미국 워싱턴에서 월드 센트럴 키친 팀과 함께 식사를 전달하기 전 방역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 영웅 25인’에 선정된 호세 안드레스가 지난달말 미국 워싱턴에서 월드 센트럴 키친 팀과 함께 식사를 전달하기 전 방역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긴급 식사 구호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의 설립자인 셰프 호세 안드레스(50)가 미국 포천지 5월호가 선정한 ‘코로나 영웅 25인’에 선정됐다. 각종 재난 구호로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오른 안드레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 중에 주목받고 있다.

‘월드 센트럴 키친’ 호세 안드레스 #“배고픈데 한달 뒤 해결책 뭔 필요” #미국 100여곳서 노인·노숙자 구호 #포천지 ‘코로나 영웅 25인’에 선정

26일 포천·CNN·CBS 등에 따르면 안드레스가 세운 ‘월드 센트럴 키친’은 지난 3월 한 달간 200만끼가 넘는 식사를 미국 내 100여곳에서 무료로 제공했다. 지난 2월 문제가 된 일본 요코하마 항구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도 음식을 보냈다. 포천지가 그를 ‘코로나 영웅’으로 꼽은 이유다. 안드레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피자 배달부, 슈퍼마켓 직원 등 자기 자리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미국을 움직이고 먹이는 영웅”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스가 소유한 식당 중 절반은 코로나로 문을 닫았지만, 나머지 식당들에선 ‘테이크 아웃’ 영업, 혹은 의료진·시민들에 식사를 나눠주기 위해 문을 열고 있다. ‘코로나 비상 영업’인 셈이다. 미슐랭 별을 받은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10달러만 내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안드레스는 ‘코로나 사각지대’를 강조했다. 그는 “워싱턴 D.C에는 푸드뱅크에 가지 못하는 노인과 노숙자들이 있고, 우리는 이들을 돌보기 위해 여기 있다”고 말했다. 경찰서·소방서·병원·양로원 등 도움이 필요한 곳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식사 구호는 ‘긴급업무’라며 “음식과 물이 필요한 사람은 한 주, 한 달 후의 해결책을 원하지 않는다. 해결책은 당장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그가 샌 안토니오에서 ‘비상식량 2주 분량을 배분하겠다’고 하자, 1만 명 이상이 거대한 주차장을 메웠다.

지난 23일 ‘레이트 쇼’에서 격리생활을 위한 파스타 요리를 선보이는 모습. [유튜브 캡처]

지난 23일 ‘레이트 쇼’에서 격리생활을 위한 파스타 요리를 선보이는 모습. [유튜브 캡처]

월드 센트럴 키친의 음식 제공 가이드라인은 엄격하다. 콜레라가 만연했던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의 긴급 구호활동이 바탕이 됐다. 안드레스는 “우리는 음식을 제공하면서도 끊임없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중간중간 모든 것을 소독한다”고 밝혔다.

구호활동을 하면서도 그는 지난 23일 TV 프로그램 ‘레이트 쇼’에 출연해 파스타 요리 ‘꿀팁’도 공개했다. 코로나로 자택 격리 중인 이들을 위한 요리법이다.

안드레스가 월드 센트럴 키친을 세운 건,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다. 이후 10년간 재난을 당한 여러 나라에 수백만 인분의 식량을 보냈다.

지난 3일 그는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부인인 로렌 파월 잡스 등과 함께 ‘아메리카 푸드 펀드’도 만들었다. 스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도 기부했다.

스페인 출생으로 15세에 바르셀로나의 요리학교에 들어간 안드레스는 10대 때 군에서 해군 제독의 식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후 바르셀로나의 식당에서 일하다 21세에 50달러만 쥐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왔다. 2003년 간신히 6석짜리 작은 음식점을 열었는데, 한 달 전에 예약해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인기 식당이 됐다. 2010년 하버드대에서 요리와 물리학을 결합한 이색적인 수업을 열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악연’이다. 과거 트럼프호텔에 식당을 열었는데, 트럼프가 이민자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자 안드레스는 호텔과의 계약을 철회했다. 이로 인해 소송이 붙기도 했다. 결국 조정으로 마무리됐지만, 그 뒤로 안드레스는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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