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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이고 따듯한 북구의 범죄소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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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3호 21면

실버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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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마음서재

한여름이면 한밤중에도 해가 지지 않는 스웨덴 북부 노를란드. 따가운 태양 빛에 지친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사랑을 나누다가도 쉽게 방향감각을 잃거나 난폭해진다. 그러다 누군가는 납치당하고, 누군가는 사라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하얀 밤을 미친 듯이 쏘다닌다.

스웨덴 여성 작가 스티나 약손(37)의 첫 장편소설 『실버 로드』의 뼈대다. 얼핏 노르딕 서스펜스, 북유럽 범죄소설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설 세팅, 설정까지가 그렇다. 물론 끔찍한 범죄나 놀라운 반전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내면을 파고드는데 훨씬 많은 공을 들인다. 물론 인물 내면, 사랑하는 10대 소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처참한 내면, 한 번도 가정다운 가정을 경험해보지 못해 말할 수 없이 피폐해진 또 다른 10대 소녀의 내면이다.

3년 전에 딸을 잃은 수학교사 렐레. 경찰도 포기한 딸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학교까지 휴직한 그는 태양이 사라지지 않는 여름밤이면 잠을 잊는다. 소설 제목이기도 한 실버 로드, 딸이 사라진 광활한 길 주변을 샅샅이 훑기 위해서다.

렐레에게는 지옥 같은 땅으로 누군가는 희망을 품고 찾아든다. 열여섯 소녀 메야, 쉬지 않고 남자를 갈아치우고 새 남자가 생기면 딸 앞에서도 침실 교성을 삼가지 않는 문제투성이 엄마와 함께다.

두 사람의 시점이 엇갈리며 빚어내는 이야기는 따뜻하고(어쨌든 선의가 승리한다), 도발적이며(앞서 얘기했던 거침 없는 표현), 사회적이라고 해야겠다. (사회 부적응자, 문제 가정 등을 다룬다)

6주기를 맞은 세월호, n번방, 코로나바이러스. 우리 앞의 이런 이슈들과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아이 잃은 부모, 10대 포르노를 수집하는 중년, 지구 최후의 날에 대비하는 가정이 나온다. 인간적인 범죄소설, 따뜻한 스릴러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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