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5명 중 1명 코로나 감염 추정" … 뉴욕주 감염자 270만 명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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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가 주민 3000명을 무작위로 검사한 결과 14%가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일찍 넓게 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주가 주민 3000명을 무작위로 검사한 결과 14%가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일찍 넓게 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피해가 가장 큰 뉴욕주의 감염자 수가 최고 270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무증상 감염자가 많고, 당초 알려진 것보다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뉴욕주, 무작위 3000명 항체 검사했더니 #13.9% 양성 반응, 뉴욕시는 21%로 더 높아 #쿠오모 "바이러스 감염 뒤 회복했다는 의미" #알려진 것보다 더 일찍, 깊이, 넓게 확산 추정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뉴욕주민 3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한 결과 13.9%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쿠오모 지사는 "양성으로 나타난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회복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여성의 12%, 남성의 15%가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식료품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과 대형마트에 나온 주민을 무작위로 검사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감염률을 뉴욕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약 270만 명에 해당한다. 뉴욕주가 집계한 코로나19환자 환자 수의 10배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뉴욕주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26만 9700명을 넘어섰다.

인구가 밀집한 뉴욕시는 양성 반응 비율이 더 높았다. 뉴욕시민의 21%가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롱아일랜드 주민은 16.7%가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오모 주지사는 "실제 감염률이 14%가 된다면 당초 예상한 것보다 코로나19 치사율이 낮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감염자(분모)가 많아지면 그중 사망자 비율인 치사율은 감소한다. 쿠오모 지사는 이번 조사를 근거로 코로나19 치사율이 0.5%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는 초기 데이터여서 추가 분석이 더 필요하다고 쿠오모 지사는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항체 검사는 어느 지역이 감염률이 높고 낮은지 알 수 있어서 경제 재개 전략을 짤 수 있고, 바이러스가 재발할 경우 이를 기초로 발병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항체가 얼마만큼의 면역력을 갖는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등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항체 보유를 업무 복귀 가능성의 지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린 자택대기 명령으로 주민 이동이 제한되면서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가 23일(현지시간) 텅 비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린 자택대기 명령으로 주민 이동이 제한되면서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가 23일(현지시간) 텅 비었다.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실제 감염 규모가 현재 확진자 수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코로나19가 훨씬 더 일찍, 더 넓게 미국에서 퍼지고 있었다는 근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당초 미국 내 첫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2월 29일 워싱터주 커크랜드에서 숨진 50대 남성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보건당국은 부검 결과 2월 6일과 17일 사망한 주민들이 코로나19 양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첫 사망 보고 시점이 20여일 앞당겨지는 데다 이들이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시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 3월 1일이지만,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 연구진은 이 시점에 이미 1만 명 가까운 뉴욕시민이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연구진은 당시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시애틀, 보스턴에서 확진자가 23명에 불과했지만, 실제 감염자는 뉴욕 1만700명, 샌프란시스코 9300명, 시카고 3300명, 시애틀과 보스턴 각각 2300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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