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전투표 조작설 핵심 '마이너스 기권표'···정체는 해외 개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15일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 설치된 혜화동 제3투표소에서 비닐장갑을 낀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15일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 설치된 혜화동 제3투표소에서 비닐장갑을 낀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고양 일산3동 관내 사전투표에서 선거인 수가 5000명인데 투표 수는 5001표다. 기권 수 ‘-1’이라는데 이럴 수가 있나.”

21대 총선 사전투표 조작설 중 하나는 ‘마이너스 기권표’다. 개표 결과 확정 일주일이 지난 23일까지도 일부 유튜브 채널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데, 특히 마이너스 기권표는 다수 유권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없는 표를 만들어냈다는 뜻이냐”, “조작이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된다” 등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얼마나 많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info.nec.go.kr)은 ‘개표단위별 개표결과’를 통해 전국 1만4330곳 투표소 개표 결과를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선거구(구·시·군)별 거소·선상투표, 관외 사전투표, 국외 부재자투표 결과도 별도 취합해 알린다. 유권자가 행사한 표를 단 한 표도 빠짐없이 취합해 공개한다는 취지다.

21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선거구 예. 빨간 네모 오른쪽 끝에 각각 '마이너스 기권표'가 나타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캡처]

21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선거구 예. 빨간 네모 오른쪽 끝에 각각 '마이너스 기권표'가 나타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캡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마이너스 기권표는 적지 않게 발견된다. 온라인상 의혹이 제기된 일산 3동, 수원 장안구 조원 1동뿐 아니라 거의 모든 선거구 개표 데이터에서 음수(-)로 표시된 기권표가 등장한다. 전체 253곳 중 242곳에서 마이너스 기권표가 나온다. 적게는 한 표에서, 많게는 9표까지 대부분 한자리수다.

작아도 무시할 수는 없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문학진 후보가 단 세 표 차이로 낙선해 정치권에서 ‘문세표’란 별명으로 회자된 선례가 있다. 특히 선거 당일에 앞서 이틀간 진행하는 사전투표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리가 허술할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커 음모론의 단골 발화 지점으로 떠올랐다.

왜 이런 일이 

마이너스 기권표에 대해 선관위는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발생해온 ‘휴먼 에러(인간 과오)’를 바로잡기 위한 '통계적 장치'라고 설명한다. 투표소 운영과 개표 과정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불가피하게 오류가 생기는데, 그걸 집계해 데이터로 넘기는 과정에서 마이너스 기권표가 발생한다는 거다. 선관위 관계자는  “개표과정에서 미확인된 투표지가 섞이는 경우, 투표록 기재 시 계산착오 등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15일 오후 7시7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투표함을 열어 투표용지를 쏟아내고 있다. 이가람 기자

15일 오후 7시7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투표함을 열어 투표용지를 쏟아내고 있다. 이가람 기자

예를 들어 일산 2동 관내 사전투표함 개표 및 집계를 다 마쳤는데, 바닥에 남은 투표지 한 장이 뒤늦게 발견돼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일산3동 집계에 포함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투표록에 수기로 투표용지 교부수를 적을 때 잘못 적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한다. 수작업 특성상 이 같은 실수는 역대 선거 때마다 일부 나왔다. 선거통계시스템상 20대 총선 서울 구로구 개봉1동 관내 사전투표 기권자 수 항목에도 ‘-1’이 적혀있다.

다만 이번 총선 때 처음 등장한 ‘국외부재자표(공관)’ 항목에 마이너스 기권표가 집중되면서 사전투표 조작설을 키운 측면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지 사정상 투표가 불가능하거나 ▶기표가 됐더라도 항공편 중단 등으로 한국에 도착할 수 없는 투표지는 애당초 ‘국외부재자표’ 항목 기권표로 분류했었다. 하지만 이후 선거법에 따라 기표된 투표지를 현지 공관에서 개표하면서 이들은 유효표가 돼 통계에 중복 반영됐다. 때문에 기권표 삭제(마이너스)를 별도로 표시했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이번 총선에서 사상 첫 현지 개표가 이뤄진 나라는 동티모르, 라오스, 아프가니스탄 등 총 17곳(18개 공관)에 달한다.

사후 확인 거쳐

선관위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투표록 등 관련 서류를 하나하나 확인·대조해 케이스별로 마이너스 기권표가 나온 이유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취합해 최종 통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음모론과 무관하게 당연히 진행하는 작업”이라고 덧붙이면서다. 이렇게 사후 확인 및 규명을 거친 표들은 ‘잘못 투입·구분된 투표지’로 최종 정리돼 통계에 오른다.

15일 오후 7시40분쯤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개표소에서 21대 총선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가람 기자

15일 오후 7시40분쯤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개표소에서 21대 총선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가람 기자

지금까지 진행된 조사에서는 유권자의 투입 실수 사례 등이 나왔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 강남구에서 관외 사전투표자가 실수로 관내 사전투표함에 투입한 사례가 나왔다”는 전언이다. 마이너스가 아닌 실제 기권표의 경우에는 선거인이 교부받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미투입하거나, 관외회송용봉투에 투표용지가 들어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권자 4399만명이 참여한 21대 총선 투표관리 인력은 15만7000여명, 개표관리 인력은 7만4000여명이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