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하이파이브, 침 뱉기 금지… 코로나가 바꾼 야구장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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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NC와 연습경기 이후 하이파이브 대신 팔꿈치를 부딪히는 롯데 선수들. [연합뉴스]

21일 NC와 연습경기 이후 하이파이브 대신 팔꿈치를 부딪히는 롯데 선수들. [연합뉴스]

안타를 치고나간 타자는 1루 코치와 허공에 하이파이브를 한다. 감독은 득점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주자와 손을 부딪히는 대신 박수를 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야구장 풍경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부터 연습경기를 시작했다. 시범경기와 다름 없지만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관중석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 가장 좋은 수비를 자랑하는 두산은 이날 LG전에서 4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류중일 LG 감독은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득점을 올린 뒤 돌아온 김현수를 박수로 환영하는 LG 선수들. [연합뉴스]

득점을 올린 뒤 돌아온 김현수를 박수로 환영하는 LG 선수들. [연합뉴스]

KBO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게 맨손 하이파이브 금지다. 배팅장갑을 낀 채 손바닥을 마주치거나 글러브를 부딪히는 건 관계없지만 이마저 조심하는 분위기다. 손을 들기만 하는 '허공 하이파이브'나 팔꿈치를 맞대는 '코로나 시대'의 하이파이브가 대세다. KT 선수들은 한화전에서 이긴 뒤 메이저리거들처럼 엉덩이를 부딪히는 세리머니를 했다.

금지사항 중 하나는 그라운드에 침을 뱉는 것이다. 비말에 의한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색해하는 모습이다. LG 외국인 타자 라모스가 여러 차례 그라운드에 침을 뱉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위반한다고 해서 특별한 페널티가 주어지진 않는다. 리그 전체를 위해 선수들이 지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KBO가 배포한 대응 통합 매뉴얼에 따르면 경기장과 근처에서 식사할 때도 나눠서 해야 한다. 선수단 회식도 금지된다. 롯데 주장 민병헌은 "선수들끼리 밖에서 만나는 것도 줄이고 있다. 최대한 조심하려고 한다"고 했다.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비디오판독을 실시하는 심판원과 판독요원. [연합뉴스]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비디오판독을 실시하는 심판원과 판독요원. [연합뉴스]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낯설하는 건 상대팀 선수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리그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다. KBO에서도 원칙적으로는 금지하지만 통상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홈팀과 원정팀의 훈련 교대 시간에도 최대한 동선이 겹치는 것을 피하고 있다.

대상은 선수 뿐만이 아니다. 트레이너와 선수단 동행 프런트, 훈련보조요원은 물론 볼보이·걸, 비디오판독요원, 그라운드 키퍼, 경호원 등 선수단과 접촉할 수 있는 인원 전부다. 모두 마스크와 장갑 착용이 필수적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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