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이라더니···에어로졸서 16시간 지나도 코로나 꿈틀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미세한 물방울인 에어로졸 속에서 16시간 이상 감염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말할 때 에어로졸 더 많이 만드는 '슈퍼 전파자' 있어

이는 지난달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에어로졸 속 생존시간이 3시간 정도라고 보고한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되는 것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툴레인 의대와 피츠버그대 백신연구소, 미 육군 감염병연구소 등에 소속된 미국 전문가들은 최근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medRvix)에 올린 논문을 통해 에어로졸 속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얼마 동안 생존하는지에 대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10.7L 부피의 회전통(rotating drum)을 사용했는데, 2~3㎛(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크기의 입자가 가라앉지 않도록 회전시켜 최대 16시간까지 에어로졸 상태를 유지했다.
회전통의 온도는 23도, 상대습도는 53%였다.

연구팀은 회전통을 각각 10분, 30분, 2시간, 4시간, 16시간 회전 시킨 후에 회전통 내의 에어로졸이 포함된 공기를 완전히 빨아들여 시료를 채취했다.
채취한 시료는 바이러스 배양법과 실시간 중합 효소 연쇄 반응법(RT-PCR)으로 분석했다.

바이러스를 배양해 분석한 결과, 16시간 후에 채취한 시료를 포함해 모든 시료에서 감염성을 지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또, 증식 가능한 숫자도 시간에 따라 미세하게 감소했으나,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감소 속도가 느려 바이러스가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인 반감기를 아예 계산할 수도 없었다.

RT-PCR 분석에서는 시간에 따라 바이러스 숫자가 약간 줄어들었는데, 감소 추세는 배양법으로 분석한 경우와 비슷했다.

시간 지나도 모양과 감염력 유지

코로나19 바이러스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에어로졸 생성 전 모습.

코로나19 바이러스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에어로졸 생성 전 모습.

코로나19 바이러스. 에어로졸 상태에서 10분 지난 후의 모습

코로나19 바이러스. 에어로졸 상태에서 10분 지난 후의 모습

코로나19 바이러스. 에어로졸 속에서 16시간 지난 후의 모습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에어로졸 속에서 16시간 지난 후의 모습이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달걀 모양 또는 구형의 바이러스 입자가 뒤섞여 있었다.
투과전자현미경과 달리 주사전자현미경은 바이러스의 외형을 관찰할 수 있다.

에어로졸로 16시간 지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에어로졸이 되기 전의 모양과 형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달걀 모양의 경우 짧은 축(지름)과 긴 축의 비율이 약 0.7이었는데, 16시간 후에도 이 비율이 유지했다.

이에 앞서 미 국립보건원(NIH)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과학자들은 지난달 17일 국제 의학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침 재채기 등으로 배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감염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66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처음 66분 만에 감염할 수 있는 숫자가 절반으로 줄고, 3시간 후에는 생존 가능한 바이러스의 양이 처음의 12.5%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팀은 네뷸레이저(분무기)를 이용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중후군)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기간 에어로졸 생성 효율도 조사했다.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보다 에어로졸로 훨씬 더 잘 만들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만일 바이러스가 2㎛ 지름의 에어로졸에 들어간 채로 공기 중에 계속 떠 있을 수 있다면, 16시간이 지나도 일부는 감염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확진자 동선이 밝혀지면 상점·음식점 등에서 24시간 이상 영업을 중단하고 소독을 했는데,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었던 셈이다.

일상 대화에서도 에어로졸 생성

일상적인 대화 과정에서도 에어로졸이 발생한다. 대화 과정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해 퍼져나가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지난 15일 미국 NIH 연구팀이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기고한 논문에 실려 있다.

일상적인 대화 과정에서도 에어로졸이 발생한다. 대화 과정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해 퍼져나가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지난 15일 미국 NIH 연구팀이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기고한 논문에 실려 있다.

미국 하버드대의 저명 분자생물학자인 매슈 메셀슨 교수는 지난 15일 NEJM에 기고한 글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서도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에어로졸이 생겨나고,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에어로졸 만드는 '슈퍼 전파자'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셀슨 교수는 "에어로졸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감염자가 주변에 있다고 생각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감염자가 직전에 머물렀던 밀폐된 장소에서는 적절한 환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