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 성공으로 끝? "역대 최악 기록 이제 시작" 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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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1900선에 올라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400대까지 물러났다가, 18거래일 만에 약 450포인트를 끌어올렸다. 강력한 회복이 가능했던 건 개인투자자의 덕이다. 외국인 투매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해가고 있는 점도 반영됐다.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57.46p(3.09%) 상승한 1,914.53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57.46p(3.09%) 상승한 1,914.53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단기적으로 회복했지만, 방향성은 안갯속이다. 내리 2000까지 치고 올라갈지, 횡보하거나 재차 하락할지 예측이 엇갈린다. 그래도 긍정론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일단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시는 올해 초 상승세를 탔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연중 최고점은 2267.25(1월 22일)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즈음이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과 비교하면 아직 30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돌아온 외국인 31거래일 만에 순매수 

외국인의 귀환도 반가운 소식이다. 외국인은 3월 5일부터 4월 16일까지 30거래일간 총 14조7649억원을 순매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33거래일, 8조9834억원) 순매도 기록과 기간은 유사하고, 금액은 월등히 많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 그랬던 외국인이 약 40일 만에 돌아와 17일 약 3200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37%는 외국인 몫이다. 외국인이 매수로 돌아서면 코스피도 상승세를 탈 수 있다.

또 한 번의 유동성 장세가 시작될 거란 기대감도 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정부가 취했던 폐쇄적인 조치들이 조금씩 완화하는 상황이고, 위축된 경기 역시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지금은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지수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달 만에 1900 회복한 코스피.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한달 만에 1900 회복한 코스피.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최악의 구간은 통과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변동성의 출발점인 코로나19의 진정 여부다. 일단 한국은 확진자가 두 달 만에 한 자릿수로 줄었다. 미국과 유럽 역시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증가세가 꺾였다. 하지만 국내외 어디든 2차 확산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단계다.

치료제 개발도 좀 더 기다려야 한다. 17일(현지시각)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04.81포인트(2.99%) 급등한 2만4242.49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하지만 최종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건 아니다. 어떤 치료제든 안전성 검증을 거쳐 제품을 내놓기까진 변수가 많고, 시간도 걸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게임 체인저라고 치켜세웠던 클로로퀸(말라리아 치료제)만 해도 치료 효과가 없고, 환자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 인구 두 배 한 달 만에 일자리 잃은 미국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가늠하기 어렵다. 예상대로 역대 최악의 숫자가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지난 4주간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00만 건으로 나타났다. 서울 인구 두배가 한 달 새 일자리를 잃은 셈인데 이전 기록(1982년, 270만명)의 8배에 달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생성된 일자리가 불과 4주 만에 사라진 건 코로나19의 충격이 파괴적 수준임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3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8.7% 줄었다. 사상 최대 감소 폭이다. 산업생산 역시 2월 0.5%에서 3월 -5.4%로 급격히 악화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미국 소비와 생산을 비롯한 실물경제 전반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할렘의 문 닫은 점포. 로이터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미국 소비와 생산을 비롯한 실물경제 전반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할렘의 문 닫은 점포. 로이터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6.8% 감소했다. 중국의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92년 GDP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한국도 폭풍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도, 시장도 최악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수출·내수·고용 모두 쇼크에 가까운 숫자를 받아들 가능성이 크다. 각 지표가 나올 때마다 예상보다 나쁘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외국인의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하는 1분기 GDP 성장률이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마이너스 성장률이 유력하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재확산 우려와 진정 기대가 충돌하며 박스권 내에서 등락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5월 경제활동 재개 후 2주 이상 재확산 소식이 없으면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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