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모든 생각을 지배해-신경성 대식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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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모델로 잘 알려진 쌍둥이 자매 ‘바비 트윈스’의 셰인과 시아는 이제 신경성 대식증에서 회복되었다. 그러나 얼마전 까지만 해도 심각한 상태였다. 그녀들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몇주 동안 굶었다가 패션쇼가 끝나면 폭식을 하죠”라고 말하곤 했다. 그녀들은 파리 패션쇼에 참가하는 동안 변비치료를 위해 의사가 권해준 설사약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놀라운 설사약의 효능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녀들은 4시간 동안 한꺼번에 100알을 먹은 후 7kg이상 감량하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고 “와우. 정말 멋진 일이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신경성 대식증은 한바탕 폭식한 후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손을 넣어 토하거나 하제, 설사약 사용을 반복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신경성 대식증 환자들은 이런 행동을 몰래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먹고 토하기 때문에 정상 체중을 대개는 유지한다.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확실히 알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질환 환자들은 15세에서 30세 사이의 여성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로얄 칼리지의 정신과 의사 리차드 스턴박사는 “신경성 식욕부진환자들이 몇달 또는 몇년 후에는 신경성 대식증 환자가 될 수 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음식에 대한 갈망이 너무 심해져 폭식을 하게 되지만 살찌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토하고 하제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신경성 식욕부진과 대식증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두 질환을 한가지 근본적인 문제에서 출발한 양상이 다른 질병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셰인과 시아는 시아가 많은 양의 설사약을 먹고 쓰러진 이후로는 약먹기를 중단했다. 셰인은 시아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고 의사는 그들에게 한번만 더 먹었다면 그들이 심장이 정지할 뻔했다고 말했다. 셰인은 “우리가 25킬로그램만 뺄 수 있다면 만일 죽더라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했었다”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이 우리보고 너무 말랐다고 하면 우리는 기분이 매우 좋았었다”라고 했다.

신경성 대식증 환자들은 보통 정상체중이거나 약간 저체중 증세를 보인다. 그러나 일부환자들은 심하게 마르기도 한다. 이 환자들은 반복적인 구토 후 탈수로 인해 허약해지고 경련이 일어난다. 또한 구토시 위산이 치아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 대식증 환자들은 불규칙적인 월경과 비정상적인 심장박동과 현기증, 인후통, 비감염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환자는 그들 자신의 강박적인 행동에 관해 매우 괴로워한 나머지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며 심지어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신경성 대식증 환자들은 무엇보다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말한다. 물론 이 질환은 심각하며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치료될 가능성도 높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대부분이 성공적이다. 치료는 약물요법, 그룹치료, 개인 상담, 가족치료 등이 병행된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질환을 유발한 원인을 밝혀내 치유하는 것이다.

▣ 신경성 대식증의 진단기준(미정신과학회진단기준,1994)

  • 반복적인 폭식 기간이 있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두가지 특성이 있다.
    1) 일정한 시간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동일한 시간동안 먹는 것보다 분명히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다.
    2) 먹는 것을 멈출 수 없으며, 무엇을 또는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할 것인지를 조절할 수 없다는데 대한 상실감이 있다.

  • 자기유발구토나 설사제, 이뇨제, 관장약, 기타 약물의 남용, 또는 지나친 식사제한이나 굶기, 과도한 운동과 같은 체중증가를 막기 위한 반복적이고 부적절한 보상행동이 있다.

  • 폭식과 부적절한 보상행동 모두 평균적으로 적어도 3개월 동안 1주에 2회 이상있다.

  • 체중과 체형이 자기평가에 과도한 영향을 미친다.

채윤정기자 (yjchae@kims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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