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날아왔는데…격리된 딸, 모친 임종 끝내 못지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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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방호복을 입은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 입국심사관이 지난 8일 오후 유증상자 전용 입국심사대에서 입국심사 후 자가격리 지침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신 방호복을 입은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 입국심사관이 지난 8일 오후 유증상자 전용 입국심사대에서 입국심사 후 자가격리 지침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환자실에 입원한 어머니를 보러 멕시코에서 입국한 40대 딸은 끝내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자가격리 기간 어머니가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딸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 검사를 진행해 음성 판정이 나자 입관식 참석은 허가했다.

17일 경기도 안양시가 밝힌 사연은 이렇다.
멕시코에 사는 A씨(45·여)는 평소 폐렴과 천식으로 병원 중환자실에 있던 어머니(81)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지난 12일 귀국했으며 방역관리조치에 따라 다음 날인 13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어머니를 만나러 한국에 온 A씨는 끝내 살아있는 어머니를 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A씨 귀국 이틀 만인 14일 오전 0시 40분 사망했다.

A씨의 사정을 알게 된 안양 만안구보건소 측은 A씨가 어머니를 잘 보내드릴 방법을 강구했다고 한다. 묘안은 긴급 코로나19 검사였다.

당시 A씨는 자가격리 의무대상자이지만 코로나19 의무 검사 대상자는 아니었다. 이에 보건소는 14일 오전 A씨에게 긴급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고 A씨는 15일 오전 6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검사 결과에 따라 보건소는 자가격리에 있던 A씨가 일시외출을 하도록 했다.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한 A씨가 이날 오전 예정된 입관식만은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A씨는 방호복을 입고 어머니 입관식에 참관한 후 다시 자가격리 조처됐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A씨 어머니 부고를 전하며 “어머니 임종을 지키기 위해 먼 타국 멕시코에서 방문한 딸은 결국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 손 한번 잡을 수 없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방호복을 입고 어머니 입관식에서 오열하는 딸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방역수칙에 따라 발인식 참석은 허락되지 않아 죄송했지만, 유족이 안양시 배려에 더 감사해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최대호 안양시장 페이스북 캡처

최대호 안양시장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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